체리레몬칵테일
김규나 지음 / 비봉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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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작가가 직접 경험한 성희롱 사건을 소재로 하여, 권력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성적 불평등 문제를 드러내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 제기 방식에 있어 몇 가지 한계를 드러낸다.
첫째, 개인의 일탈을 구조적 문제로 일반화한다. 작품 속 남성 교수의 행위는 분명 부적절하고 비판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곧 ‘권력을 가진 모든 남성의 본질적 행위’라는 식으로 확장될 때 독자는 심각한 불편함을 느낀다. 이는 성적 문제를 사회적 구조 속에서 바라보려는 페미니즘적 시각의 장점이자 동시에 함정이다.
둘째, 남녀 화합이나 사회적 대안 제시가 부재하다. 작품은 문제를 고발하는 데 머무를 뿐, 이후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이나 화해의 가능성을 제시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불편함만을 안고 소설을 덮게 된다. 이는 문학이 사회문제를 다룰 때 책임 있게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셋째, 개인의 경험을 침소봉대하여 남성을 집단적으로 비난하는 듯한 전개는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독자는 현실의 성희롱 문제를 공감하기보다는, ‘남성을 싸잡아 매도하는 서사’로 인식하게 된다. 그 결과 작품은 사회적 합의와 연대보다는 성별 간 갈등을 부추기는 효과를 낳는다.
결론적으로, 문제 제기에 머무른 채 사회적 성찰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소설이다. 남녀 간 화해와 공존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특정 성별을 상징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에 치우침으로써 오히려 독자에게 실망과 거부감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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