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도시다. 매일 지나다니는 길, 수없이 바라본 건물, 아무 생각 없이 건너는 골목에 누군가의 삶과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이토록 문학적인 서울 산책』은 바로 그 익숙함에 문학이라는 렌즈를 들이댄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소설 속 장소를 단순히 찾아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등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 속 서울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서울 사이에 묘한 틈이 생긴다. 그 틈을 들여다보는 순간, 익숙했던 장소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시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경험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길 위에 오래전 소설 속 인물이 겹쳐지고,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들의 삶과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가 한 공간 안에서 뒤섞인다. 과거와 현재와 허구가 한꺼번에 포개지면서 마치 평면적인 서울이 아니라 여러 시간이 겹쳐진 입체적인 공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책을 읽는 것이면서 동시에 한 도시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 가지 분류에 집어 넣기 어렵다. 역사책처럼 읽히다가 문학책이 되고, 도시의 풍경을 살피다 보면 인문학책이 되며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수필집이 된다. 어떤 대목에서는 소설 속 단서를 따라가는 추리소설처럼 다음 장소와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하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저자가 2006년부터 서울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해왔다는 점도 책의 바탕을 단단하게 만든다. 단순히 문학 작품의 배경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소의 역사와 변화까지 함께 살피기 때문에, 문학을 잘 모르는 독자라도 서울이라는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서울을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진다. 아무 의미 없이 지나쳤던 길에 ‘이곳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생긴다. 문학은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밟고 있는 길과 바라보는 풍경 속에도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이토록 문학적인 서울 산책』은 서울을 읽는 법 뿐 아니라 서울을 걷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한 권의 책을 역사책으로도, 인문학책으로도, 소설처럼도 읽을 수 있을 수있는 재미도 있지만 이 책을 읽는 가장 즐거운 방법은 책과 함께 직접 서울의 어느 골목으로 걸어 나가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