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의 죽음 - 개정판 그르니에 선집 3
장 그르니에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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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가 더없이 그리워지리라. 내 개는 주인이 얼마나 자기를 필요로 했는지 알았을까? 나는 그가 늘 함께 있기를, 나와 함께 산책하고 식사 자리를 함께하기를 바랐을 뿐 아니라, 더 이상한 일은(정말로 이상하지 않은가?) 떨어져 있을 때마저도 그가 필요했다. (p.11) - P11

당신은 내게 말할 것이다. "지금껏 누렸던 기쁨에 대해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기쁨을 안겨 주는 손과 빼앗아 가는 손이 같다면? - P62

더는 걱정도 근심도 없다! 그런데 걱정과 근심이 없으니 일상의 자질구레한 공허에 빠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걱정과 근심이 없는 것보다는 차라리 고통이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난밤에 과일을 먹으려고 식당에 내려간 나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부엌에 놓인 바구니에서 자던 개가 없으니, 내 소리 때문에 잠이 깬 개가 어서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 댈 위험이 없다. 하지만 나는 차라리 그 위험을 감수하고 싶었다. - P66

나는 병자를 그 가까운 사람들이, 노인을 자식들이, 때로 환자를 간병인들이 세심하게 보살피는 모습이 좋다. 베개를 새로 바꾸어 주는 일은 사실 하찮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달리 해 줄게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생명을 서서히 죽이는 과정을 대자연에(신에게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넘겨준 채 온 힘을 다해 바로 그 자연에 맞서지만, 그럴 때 우리의 온 힘은 결국 거의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거의 아무것도 아님‘이 나를 감동시킨다. 그것은 인간적임에 남겨진 여백의 자리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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