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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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서른세번째 책♡
생전 ‘자유사‘(안락사X, 자연사X)를 원했던 주인공의 어머니.
그녀의 ‘이제 충분하다‘라는 말은 체념, 절망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만족에서 나온 것일까.
어머니의 본심은 이제 어머니에게 물을 수도 없고 알 수도 없지만 계속 질문을 던져본다. 그렇게 함으로써 어머니는 언제까지고 내 안에 존재할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애잔하고 먹먹하고 슬프고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어디까지나 어머니의 것으로서 이해하고 싶었다. 즉 가장 사랑하는 타자의 마음으로서. 모두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을 떠나 이미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어머니의 입을 또다시 틀어막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어머니가 지금도 살아 있는 것처럼 언제든지 그 반론을 기다리며 계속 질문을 던지는 수밖에 없다.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한, 어머니는 내 안에 언제까지고 존재할 것이다. - P483

이제 어머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한 가지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이 세계 자체가 변질되어버린 것에 당황하고 말았다. - P12

어머니의 축하가 빠진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한 며칠 뒤에 나는 문득 가슴을 짚은 채 말로 다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나로서는 매번 마개를 잘 막아왔다고 생각했던 몸 구석구석의 구멍이 결국 크게 벌어진 채 내 안쪽에 군데군데 공허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외부 침입자를 지나치게 경계한 나머지 나 스스로 줄줄 흘려온 것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 P13

이제 내 인생을 걱정하며 애태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명백한 그 사실이 이 세계 자체에 대한 애착을 계속해서 도려내고 있었다. - P190

모두 나와는 다르게 자신의 의사에 따라 반찬이며 신선식품, 과자 등을 물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분명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하는 건 아니다. 가족에게 사전에 지시를 받았다는 사람도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상을 유지하려는 좀 더 거대한 추상적인 목적이 그녀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사회 자체의 리얼 아바타처럼. 그 증거로, 거기에 따르지 않았을 때 그녀들에게 낮은 평가를 매기는 것은 이 사회인 것이다. - P219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나는 ‘나‘라는 존재의 이 의식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그 출현과 한 찰나의 덧없는 지속은 기적처럼 존귀한 뭔가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는 이 생을 온전히 긍정할 수 있을까. 부자들의 세계에 제한도 없이 빨아먹히는 이 목숨에 대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 P248

<다카세부네>도 사실은 정치적인 문제겠죠. 자살이라는 막다른 길에 내몰릴 때까지 그 사람들의 목숨 따위에는 아무 관심도 없이 내내 방치했으면서 형이 아우의 자살을 도와주자마자 방조죄로 처벌한다는 건 너무 어이없잖아요? 정부에서 아무것도 해주지 않으니 점점 더 자기 책임이 되는거죠. 가족에게만 내맡기면 약한 처지의 사람은 가족에게 폐만 끼친다고 스스로를 책망하잖아요.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나이들어 체력이 약해지면 특히나 더 그렇고. - P371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어쨌든 나는 [어머니]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 살아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잃어가는 때에 죽은 어머니의 VF에 매달리려는 나 자신이 솔직히 부끄러웠다. - P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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