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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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통해 이해하는 우리 인생이야기

몬스테라, 벤자민고무나무, 산세베리아의 꽃과 열매를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관엽식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꽃이나 열매를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본 적이 없다거나, 놀라며 자신이 오랫동안 키운 식물이 꽃이 피는 식물이냐고 되묻기도 한다.
포자로 번식하는 고사리와 이끼류가 아니라면 당연히 키우고 있는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몬스테라와 벤자민고무나무는 열대우림에서 20미터 넘게 거대하게 자란다. 몬스테라의 열매는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섞은 맛이 나고 옥수수처럼 생겼다. 나는 한번 몬스테라의 열매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무화과나무속에 속하는 벤자민고무나무는 작은 무화과 같은 열매를 맺는다. 산세베리아의 섬세한 흰 꽃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심심한 잎 모양에 그리 환호하진 않을 것이다.  (p.21~22) - P21

화분에 담겨 성장이 지연된 채 지내는 열대식물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에서 크고 멋지게 자라는 열대식물처럼 우리도 각자에게 맞는 자리에서 비로소 멋진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것 아닐까? (p.24~25) - P24

잡초는 기회가 생기면 빠르고 광범위하게 번식하고 낯선 곳을 장악하거나 교란된 생태계에 성공적으로 적응한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근절하기 쉽지 않은 강한 생명력을 가진다. 이런 끈질긴 생존 능력과 해롭거나 하찮은 존재라는 부정적 의미 때문에 잡초는 경멸적 용어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 랠프 월도 에머슨은 잡초를 ‘그 가치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식물들‘이라고 했다. (p.39~40) - P39

지구에 수많은 식물이 인간보다 먼저 탄생했다. 도시가 있는 자리에는 식물이 먼저 있었을 것이다. 가끔 인간이 만든 크고 작은 구조물들로 가득 찬 도시를 걷다 보면 온통 쓰레기라는 생각을 한다. 집 안에 앉아 주변을 둘러봐도 그렇다. 지구에 자연적으로 탄생하지 않은 소재를 보면, 네모나고 동그란, 자연스럽지 않은 형태를 인식하면 가끔 미래가 암담하다. 언젠가 우리 인간이 모두 사라지면 자연과 융화되지 못하는 저 거대한 쓰레기들은 어떡하나 싶다. 그런 눈으로 보면 도시의 골목을 비집고 자리 잡은 잡초들이 정상일지도 모른다. (p.40) - P40

실험실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은 막연히 우리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가 좀 더 고귀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진화적으로 원시 종이거나 우리 인간과 가깝지 않은 생물일수록 죄책감을 덜 느껴도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실험을 한 연구자들은 윤리 교육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런 생각이 든다.
‘고통의 기준을 꼭 신경계에 두어야 할까?‘
‘고통이 없다 해도 다른 관점에서 아플 수 있잖아?‘
‘결국 죽이는 건 똑같은데.....‘
‘생명을 죽이는데 죄책감의 강도가 달라도 될까?‘ (p.44~45) - P44

절화, 그러니까 잘라서 꽃집에서 파는 꽃을 보면 식물의 전체 형태를 생각할 때 사실 슬픈 일이다. 사람들은 꽃집에서 파는 꽃만 보고 그 밑에 모습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거베라의 꽃은 기억하나 거베라의 잎과 뿌리의 형태를 아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사실 꽃부터 뿌리 끝까지가 하나의 식물이고 살아 있는 모습인데 말이다.  (p.47) - P47

드넓은 초원에 자라는 야생 튤립을 안다면 꽃이 제 머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원예종이 기이하게 보일 것이다. (p.49) - P49

모든 생물은 다 죽어서 사라지고 자리를 비워준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자연은 그걸 흡수하고 순환시킨다. 종종 인간은 영원한 것을 좋아해서 오래도록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썩지 않는 물건을 만들어낸다. 도시에는 오래도록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썩지 않는 물건들이 많다. 우리가 모두 죽어 사라져도 그대로 남는 물건들 말이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물건을 많이 사고 누려도 계속 결핍을 느끼는 건 변하지 않는 것들에 둘러싸여 사라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 아닐까? (p.66~67)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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