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전쟁과 사회

전쟁과 사회 -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나?
김동춘 지음 / 돌베개 / 2006년 11월

한국전쟁을 보는 방식은 어떻게 교육되었는가. ｀당연함｀을 의심해봐야 할 필요성을 알려주는 역작.

[100자평] 안녕 내 사랑

안녕 내 사랑 ㅣ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8월

가장 고귀한 일의 동기도, 가장 더러운 일의 동기도 ｀사랑｀이다.

[100자평] 엿듣는 벽

엿듣는 벽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9월

사라진 여자, 수상한 남편, 의심하는 오빠. 결말은 시시하지만 결말이 드러나는 방식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작품. 이해할 수 있는 것의 범위가 정해져 있는 ｀남자｀.

[100자평] 나우루공화국의 비극

나우루공화국의 비극 - 자본주의 문명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를 어떻게 파괴했나
뤽 폴리에 지음, 안수연 옮김 / 에코리브르 / 2010년 5월

멍청함도 극단에 이르면 얼마나 시적인가.

스티븐 킹 최초의 추리소설.

미스터 메르세데스 ㅣ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몇 년도 더 전에 얼핏 스티븐 킹이 추리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하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스티븐 킹이 그간 추리소설을 시도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패스티시도 쓴 적이 있고, 레이먼드 챈들러 풍의 '스티븐 킹' 소설을 쓴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마 모두들 스티븐 킹이 본격적인 추리소설을 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독자들은 적어도 얼마간의 오컬트는 섞여있는, 늘 그렇듯 스티븐 킹 스타일에 추리소설적 플롯이 가미된 작품을 예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철저하게 그 기대를 배반한다. 이 작품은 무척이나 사실적인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다. 그 점에서 나는 이 소설의 번역을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티븐 킹을 '호러의 왕'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결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스티븐 킹은 호러를 떠났을 때 비로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는 작가이다.

 내가 스티븐 킹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소설의 해결책이 항상 뜬금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이야기의 배후에는 귀신이나 유령이 있기 마련이고, 이야기의 전말은 모두 거기에 기대어 있다. 적어도 좋은 결말의 귀감이라고 볼만한 소설들은 아니다. 킹은 상상력과 묘사력을 동원해서 최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 뒤에, 여기에 책임을 지지않거나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말로 이야기를 매듭짓는다. 그런고로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다는 인상을 받기가 무척이나 힘든 것이다. 오죽했으면 딘 쿤츠 같은 작가는 킹의 소설들을 가리켜 '플롯이 없다'고 비판했을까.

 하지만 양가적으로 킹의 소설이 갖는 이점은 플롯에 있지는 않다. 킹의 장점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나가는 데 있다. 누군가가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뉘앙스에 있다. 나름대로 재치 있는 문장력에 있다.

 따라서 킹의 소설이 플롯을 갖추었을 때는 적어도 꽤 볼만한 작품들일 가능성이 높다. <쇼생크 탈출>같은 걸작도 있고, <영리한 학생>같은 범작들도 있지만, <그것>같은 졸작은 없는 것이다.

 뭐 어쨌거나 기대 이상으로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쇼생크 탈출>같은 걸작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한여름밤을 책임지고 즐겁게 읽을만한 소설인 것은 분명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