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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라트비아인 ㅣ 매그레 시리즈 1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 1편. (1931년)
매그레는 파리 치안국으로부터 전보를 받는다. 국제적인 사기꾼 피에트르가 파리로 향하고 있다는 것. 그를 쫓아 기차역으로 가는 매그레, 하지만 거기서 발견하는 것은 피에트르와 똑같은 인상착의의 남자가 화장실에서 살해 당했다는 것. 그리고 피에트르와 똑같은 인상착의의 또다른 남자는 이미 호텔로 향한 뒤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등장하는 피에트르와 똑같은 인상의 남자들....
<수상한 라트비아인>은 이렇게 시작된다. 매그레가 파리치안국으로부터 받은 피에트르에 대한 인상착의는 굉장히 섬세하다. 그러니까 코의 넓이를 설명하는 데에만 총 네 가지의 항목이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부분에서 그의 외견에 대해 설명한다. 이런 식이다. '본이륜 대, 귓볼 구멍 뚫림, 크기 소, 대이주 돌출... 등등'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런 섬세한 외견을 그리기란 쉬운 것이 아닐 것이다.(당연히 매그레는 정확하게 피에트르의 인상을 파악한다.)
하지만 매그레의 판단은 이 인상착의와 똑같은 사람이 둘이나 있다는 데서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점점 사건이 진행될 수록 피에트르와 비슷한 외형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것이 단순한 위장신분으로 판단하기 어려운데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1. 외형은 비슷하지만 인상은 묘하게 다르다.
2. 앞에 이미 존재했던 피에트르인과 똑같은 인상의 살해당한 남자. 위장임을 증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것이 위장신분임을 밝혀내야만 피에트르을 잡을 수가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에서 매그레가 직면하는 문제이다. 물론 매그레는 이 문제를 아주 멋지게 해결한다. 지금의 시점으로 보면 다소 낡은 방식의 트릭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트릭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범행의 동기에서 밝혀지는 이상심리에 대한 통찰이다. 왜 남자가 그런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범행을 저지르게 된 심리의 과정은 지금 보더라도 굉장히 새롭다. 그리고 이 접근 방식은 종래의 추리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매그레 시리즈가 추리소설 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 이유은 독자들이 이 작품만 보고나서라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버즈북의 타이틀 처럼 '삶을 수사하다'라는 개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그 외에도 이 작품이 꽤나 재밌었던 점 몇 가지를 열거 해보자면...
굉장히 짧고 정갈한 문장을 구사한다.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꽤 하드보일드적인 느낌의.), 설명이 적다. 따라서 이야기가 굉장히 빠르게 읽힌다. 탐정으로서의 매그레가 아닌 피해자로서의 매그레가 부각된다는 점. 현대 스릴러는 '피해자 판타지'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런 지점을 찾아볼 수가 있다.
1편인 만큼 아직 매그레의 제 모습을 갖추기 못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우였다. 매그레 시리즈는 1편부터 자신의 형식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 조금은 신기했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