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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15만부 기념 특별 한정판)
박상영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화자 ‘영’은 스무 살 여름부터 시작된 재희와의 친밀한 우정, 그리고 이후 이어지는 여러 만남과 이별을 통해 자신의 삶을 조금씩 채워간다.  게이 작가 ‘영’의 만남과 이별을 따라가는 이 연작은 여사친 재희와의 우정, 구시대적 남성과의 불편한 만남, 그리고 규호와의 사랑과 이별을 담담하고도 유쾌하게 그려낸다.  무겁게 다뤄질 수 있는 주제를 박상영은 놀랍도록 경쾌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웃기다가도 문득 쓸쓸하고, 가볍게 읽히다가 어느 순간 가슴 어딘가를 정확히 찌른다. 그 온도 차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힘이다.
박상영에게 ‘대도시의 사랑법’이란 법칙으로 강제되는 규율이 아니라, 도시의 익명들이 겪어내는 여러 형태의 사랑을 귀납적으로 도출해낸 추론에 가깝다.  사랑의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숨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에서는 숨지 않는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특정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사랑받고 싶었던 기억, 상처를 감추려 했던 기억, 그럼에도 다시 손을 내밀었던 기억들이 ‘영’의 문장 위로 겹쳐진다.
퀴어 문학이라는 장르적 틀을 훌쩍 넘어, 결국 이 책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잃고 다시 살아내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다. 대도시의 차갑고 익명적인 공기 속에서도 사람은 사랑하고, 상처받고, 그럼에도 기어이 다시 사랑한다. 박상영의 문장은 그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오래도록 남는 방식으로 증명해낸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드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