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가 말하는 새로운 부의 흐름
짐 로저스 지음, 전경아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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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개월 전에 경제 기사 읽기 챌린지에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참여했으나,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눈치도 없이 빠르다 보니 겨우 한 달 하고 관두는 비극적이지만 예견된 결말을 맞았었다. 그 후부터 현재까지 쌓인 지식이 있다면, 오로지 천재 투자자 한지평 씨를 보기 위해 챙겨 보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간간이 용어를 몇 개 주워 들은 게 전부다. 덕분에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는지 이번 서포터즈 활동 도서가 경제 도서라는 소식을 듣고도 딱히 막막하지 않았다. 그러나 짐 로저스의 책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몇 달 전 그의 책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를 읽었을 당시의 부정적인 감정 때문이다. 뚜렷한 통계나 증거 없이 예언과 주관만 가득한 점, 일본의 급격한 성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우호적이며 한국인이라면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을 고려도 안 하고 있다는 점 등... 오죽하면 다시는 짐 로저스의 책은 읽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또 만나네요....’ 생각하며 착잡한 표정으로 책을 폈다.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는 제목처럼 돈이 미래에 어떻게 흘러갈지, 세계 상황을 토대로 일면 예측한다. 어떤 나라가 훗날 키가 될지, 어떤 나라가 하락세일지 등이다. 그 위에 자신의 투자 실패 경험, 주변에서 비웃었지만 의외로 성공했던 경험 등을 버무려 책을 완성했다. 투자가들에게 공유해 주는 나름의 팁과 투자 철학도 수록되어 있다. 요약하자면 거품을 판별하기, 끝없이 배우고 정보 수집하기,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의 촉을 믿기 등이다. 장마다 글이 그렇게 빽빽하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경제’라는 단어가 참 따분하고 어려운 데에 반해 글을 쉽고 재미나게 풀어냈다. 책에는 내가 몰랐던 소식도, 몇 년 전부터 이미 하고 있었던 생각도 있었다. 특히 역사적 사실은 모르는 게 많아서 역사를 되짚으며 현재와 비교해 보고, 미래에 투영해 보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자기계발서와 경제 도서 가운데 그 어딘가에 적을 두고 있는 책이다. 불과 5개월 전이었어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사고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또 드라마 이야기를 해서 겸연쩍지만 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스타트업>의 주인공은 수익이 덜 나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자 한다. 그에 대비되는 인물이 오로지 수익을 기준으로 투자하는 한지평이고. 물론 드라마에서 정해 둔 정답은 주인공 쪽이기에 한지평에게 공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쨌거나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투자자의 시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에서는 두 사람이 새로운 사업을 두고 의견을 주고받는다. 거기에서 한지평은 많이 쓸수록 마이너스인 솔루션에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며, 투자자를 움직이는 건 오로지 돈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고 해도 투자라는 게 자선사업이 아니라, 투자자가 자신들의 “귀한 돈”을 거는 것이라서 상황을 냉정하고 뾰족하게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인데, 아주 당연한데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예전의 나는 그 책에 쓰여 있던 비정한 시각, 급기야는 사람을 도구 취급 하는 듯한 대목이 매우 불쾌했었다. 새로 유입되는 여성들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라거나 타국의 재해를 이용하라거나... 그렇게까지 돈을 벌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짐 로저스의 책은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여전히 일본에 관한 시각이나 이전 책과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그건 별개의 이야기이다. 만약 경제에 관심이 있어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아직 이런 시각을 탑재하지 못한 상태라면 경제 도서를 읽기 전에 먼저 이해하기를 권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경제 혹은 투자 도서와 영영 이별할 뻔했던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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