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단호하고 건강한 관계의 기술
박상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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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답이 없는 문제라는 생각을 넘어, 이제는 언젠가 내가 관계의 달인이 되는 날이 오긴 올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돌이켜보면 예전의 나는 집착적인 데에 가까웠다. '넌 나만 바라봐'처럼 나는 다른 친구를 사귀더라도 내 친구들에게는 내가 유일한 친구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태도였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태도가 나 자신에게 독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은 적어도 관계라는 분야에서만큼은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기대하는 게 크다 보니 혼자 상처받고 혼자 서먹해졌던 과거도 안녕.... 누가 내 험담을 하더라도 내 귀에만 안 들리면 상관없다. 조금 더 일찍 깨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는 부모님이 아무리 말씀하셔도 이해를 못 했다. 물론 이게 현재의 나에게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의 나는 너무 냉담해져서 문제인 것 같다.  나 자신이 1순위가 된 탓에 귀찮고 바쁘다는 이유로 관계를 종종 소홀히 해서다. 사실은 어제도 어차피 늦게 잘 거면 연락 좀 해 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아, 왜 이렇게 어려운 거지.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는 관계 상담 클리닉을 지면에 옮겨 놓은 듯한 책이다. 1장 「자유로운 삶을 위한 인간관계 연습」은 성현들의 말에서 찾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기술을 소개한다. 『논어』처럼 저명하지만 아직 읽어 보지 못한 책의 일부가 인용되어 있어 유익했다. 2장 「관계를 살리는 공감대화법」에서는 실제 경험과 일상의 흔한 충돌 사례를 곁들여 부정적인 어두를 사용하지 않고도 부드럽게 말하는 법을 알리고, 실제 감정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3장  「단호하게 나를 지키는 마음 연습」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면서 틈틈이 들여다보고 돌봐 주어야 할 내면에 관해 적었다. 1장과 2장 사이의 「관계 상담소」는 특정 상황 대처법에 관해 조언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간중간 책에서 가르쳐 준 내용을 적으며 연습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단순 친구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난처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구체적 상황이 적혀 있어 실용적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관계의 범위가 넓은 만큼 단순히 잘 맺고 끊는 법이 아니라 상세한 문제점을 진단해 보고, 스스로 처방을 마련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아르바이트 경험 이후로 전혀 죄송할 일이 아니고, 죄송하지 않은데도 습관적으로 '죄송하지만'을 붙이는 버릇이 생겼는데, 불필요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입사하자마자 일부러 배운 어투인 만큼 고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주입식 쿠션어를 사용하지 않고 말하는 법을 익혀 보려 한다.

혼자가 편한 사람이라면 애당초 관계에 관한 도서를 집으려고 하지도 않겠지만, 만약 내게 묻는다면 이 책을 굳이 권하고 싶지는 않다. 관계는 아무리 편히 마음 먹으려고 해도 시작되는 순간부터 끊기는 순간까지 신경을 써 주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에게 걸맞은 삶의 방식이 있는 법이기에 긍정적 측면을 피력해 가며 관계에 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강요라고 생각한다. 같은 이유로 '인싸'와 '아싸' 중 어느 쪽인지 가늠하는 경향은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는 말 그대로 관계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발휘한다. 사실 여기에 관계를 잘 다루는 법에 관한 새로운 지식이 넘쳐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 관계의 정답은 찾아 읽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하면 그 이론을 인생에서 습관으로 만들 수 있을지 쉬운 방법을 익히고 싶어서, 그리고 약간의 위로와 격려를 받고 싶어서 읽을 뿐.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추천할 만하다. 저자의 조곤조곤한 말씨를 읽다 보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샘솟고, 머릿속에서 노발대발한 상대에게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하는 나의 온화한 모습이 자동 재생된다. 특히 관계의 정체기에서 약간의 엔진과 부스터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그 등을 가뿐히 밀어 줄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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