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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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 교회에 화재가 일어난다. 방화인지, 단순 사고인지, 방화라면 누가 불을 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목양면 주민의 진술을 듣는다. 엇갈린 증언 가운데에 종교라는 구심점이 있다. 목양면이라는 장소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최 목사와 가장 멀리 있는 사람부터 천천히 돌아 그에게 도달한다. 고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자유자재의 말투를 구사하는 덕에 지루하지 않다. 중반부터는 진실과 그 추적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깨닫고서도 어쩔 수 없이 집중하게 만드는 이끌림이 있다. 특히 마지막 장은 굉장히 도발적이었다.

종교와 신은 참 묘한 위치에 있다. 나도 사실은 뭐가 뭔지 여전히 잘 모르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하나는 효과를 따지기 시작하면 신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성당에 가면 하느님한테 무언가를 끊임없이 빌었다. (공부는 안 했지만) 이번 시험 백 점 맞게 해 주세요, (이미 아프지만) OO이가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등등. 기도의 효과를 멋대로 기대해 놓고 여러 번 효과가 없다며 실망하기도 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난데없이 하느님을 소환해 원망한 경험도 여러 번이고. 신은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인데, 멋대로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던 지난날의 나를 떠올리면 그저 우습다.



하느님은 사랑하는 이에게 딱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것도 역시 잘 모르겠지만, 사람에게는 각자 할당된 운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나쁜 일을 하면 그만큼 기본치에서 깎여 나가고, 착한 일을 하면 쌓인다는 발상이다. 나는 뽑기 운이 정말 더럽게 없는 ‘똥손’이다. 열 가지 중 하나가 랜덤으로 나오는 뽑기를 돌렸을 때 아홉 개의 피규어 대신 10분의 1 확률밖에 안 되는 머리끈을 뽑는다거나... 그 많은 토이스토리 캐릭터 중에서 웬 기억도 안 나는 사마귀병사 캐릭터를 뽑는다거나... 어벤져스 캐릭터가 그렇게 많은데 닥터 옥토퍼스가 나온다거나. 한 번은 내가 왜 이렇게 운이 없는지 머리를 싸매고 곰곰이 고민해 보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그리 불운한 편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좋은 결과는 작게, 아픈 결과는 크게 받아들였기에 일어난 오해였다.

그러니까 결국은 다 신이 아니라 사람 마음이다. 애초에 신의 존재를 인정할지 부정할지도 사람 마음, 좋은 일이 있을 때 신 앞으로 돌릴지 요행으로 치부하고 넘어갈지도 사람 마음이다. 신은 말이 없다. 그러니 이런 종교를 타인에게 믿으라고 강요하는 태도도, 과하게 신뢰한다고 매도하는 태도도 옳지 않은 거다. 나는 이런 이슈와 편 가르기가 골치 아프고 싫다. 그냥 서로 피해 안 주는 선에서 각자 원하는 대로 살면 안 되는 걸까? 아, 쓰면서도 정말 종교는 어렵다. 그냥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거지.... 살다가 힘들면 하느님한테도 빌어 보고, 내가 잘못했는데 인정하기 싫으면 “나한테 왜 이래요?” 외쳐 보기도 하는 거지, 뭐.... 하느님도 다소 억울하시겠지만 원래 인생이 다 그런 거니까요.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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