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9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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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김 씨는 팔곡 마을에 편지를 배달하러 갔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마을의 모든 노인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선장에게 양해를 구한 뒤 둘러본 마을의 분위기는 더욱 이상하다. 무언가 일이 터진 것처럼 음산하고, 심지어 이장인 피 노인의 집에는 피 노인 대신 옥수수대에 이불이 덮여 있다. 그는 월상파출소장의 박 경위와 함께 다시 팔곡 마을을 찾는다.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는 우리가 직면한 고령화 사회를 골자로 한다. ‘과연 초고령화 사회, 고령화 사회는 실질적으로 꺼릴 만한 이유가 있는 현상인가?’라는 질문이다. 정부와 결부지은 점은 그럴 듯했으나, 현실적으로 동의하기에는 무리인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어차피 모두 픽션이라는 전제하에 진행되는 상상이 재미나고 참신하게 느껴졌다. 흡입력도 대단해서 초반에는 손에 땀을 쥐기도 하고, 그 방증으로 책을 펴자마자 끝까지 단숨에 읽어 내리기까지 했다. 타인을 향한 관심이 길게 유지되지 못하는 현실을 기가 막히게 꼬집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급하게 진행되며 치밀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분량 상 독자를 빠르게 이해시키기 위해 추가했을 상세 설명이 과한 부연으로 느껴졌다.






젊음을 칭송하고 늙음을 혐오할 이유는 없다. 젊음의 미래가 늙음, 미래의 과거가 젊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예전에는 생각도 못 했다. 한 CF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조금 더 노인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에서 단숨에 지금까지 넘어왔다고 생각한 것처럼 그들의 시간도 총알처럼 빠르게 지나왔을 것이고, 여전히 나처럼 나이를 실감 못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연 노인 혐오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혐오가 그렇다. 사람과 관계된 일일수록 ‘결국 케바케’라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많은 일이 해결된다. 각자가 수집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내리는 판단이겠지만, 어떤 면에서 맹목적인 혐오로 변질되지는 않았는가. 김희선은 묻는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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