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이 부른다 - 해양과학자의 남극 해저 탐사기
박숭현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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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다와 겨울 바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건 내게 노래와 영화 중 하나를 고르라는 데에 버금갈 정도로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물결의 형태, 솔솔 불어오는 바닷바람 내음과 철썩철썩 귀로 들이치는 소리.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정말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고요한 생동력이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고요히 집어삼키기만 하면서, 그 와중에 잘게 튀어오르는 물방울이 가슴을 벅차게 한다.

저자는 나처럼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박숭현은 문학으로 바다를 접하며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열정과 잘 맞닿은 기회가 그를 해양과학자로 우뚝 서게 했다. 왠지 남극 하면 빙하로 가득한 바다 한복판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망망대해조차 만나기 쉽지 않다고 한다. 남극의 마스코트와 같은 펭귄도 남극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당연하면서도 의외였다. 그러고 보면 남극이라는 공간에 관해서는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았구나.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 정확히 계산되어 착착 진행될 것만 같았던 탐사가 실은 굉장히 불확실하다는 점에 놀라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정작 탐사하는 내용보다 가는 데에서의 우여곡절이나 여정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듯 다가왔는데, 실제로도 40일이 주어졌다면 반절 이상은 이동에 사용하는 게 탐사였다. 남은 시간을 절약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니, 어떻게든 유의미한 결과만 얻고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려는 모습이 긴박하게 느껴졌다. 여태까지 나에게 탐사는 취향과 일이 일체되는 꿈의 직장... 그 비슷한 무언가였는데, 읽으면서 또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는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기본적으로 바다를 빈번히 다닌 사람인 만큼 『남극이 부른다』에는 탐사 기록을 회상하며 적은 부분이 많다. 그와 더불어 역사적 사실이나 환경 등 쏠쏠한 지식을 곳곳에 채워 두어 차갑지 않고 유익하다. 더군다나 남극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곳이라는 사실은 글로 여러 번 읽고 나니 더욱 와닿는다. 이제는 정말 온전히 깨닫게 되어서일까, 혹독하고 불안정한 남극 탐사 여정에 나도 꼭 함께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불타올랐다. 남극에 애정이 있는 사람,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욕구가 가득한 사람,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고 싶은데 고민이 되는 사람 등등... 이 책의 독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무한하다. 하물며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름의 끝자락, 생생한 현장 전달로 더위는 식혀 주고 마음에 불을 붙이는 책이었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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