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허밍버드 클래식 M 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윤도중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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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열병으로 표현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깊은 사랑은 숨기려고 하면 열이 날 정도로 힘들고, 끝이 난 후에도 절절한 아픔이 잔열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사랑은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지 않을까. 그것도 낭비할 감정이 많은 젊은 시기에. 나는 보통 관계를 끊어내고 나면 미련이 남지 않는 편인 탓에 크게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베르테르 효과’로도 유명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이런 감정을 그렸다. 나는 허밍버드 클래식에서 출간된 버전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표지와 중간중간 삽입된 일러스트가 고전의 향기를 물씬 더해 주는 책이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 베르테르는 일 때문에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지낸다. 그곳에서 친구 빌헬름에게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 그는 어느 날 시골 청년들끼리 마련한 무도회에서 샤를로테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로테에게는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알베르트는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올바른 사람이며, 두 사람의 애정 전선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베르테르 역시 이를 알고 있으나 로테를 향한 그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만 간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정녕 베르테르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던 걸까. 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 것은 로테가 일명 ‘희망고문’을 했다고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맞는 친구를 잃기 싫은 마음으로 로테는 적당한 선을 그었고, 자신을 향한 애정을 다른 데에 쏟으라며 직접적인 충고를 하기도 했다. 그 마지막 조언이 오히려 베르테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데에 한몫 하긴 했지만.... 만약 두 사람이 결혼한 직후에 베르테르가 낙담했다면, 처음부터 ‘그녀에게는 약혼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억지로 만나지 않으며 감정의 발전을 막았다면 극단적으로 치닫는 상황만은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비극적 결말에 수많은 가정을 세우게 되었다. 만약 베르테르가 젊지 않았다면 이 가정 중 하나로 전개되었을지도 모른다.

  베르테르의 사랑은 슬프기보다 흥미롭다. 그의 사랑 방식은 절절하고 뜨거워도 건강하지는 못했으나, 스스로는 행복했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다른 사람을 만나 덜한 감정으로 채워져 살아가느니 평생 로테를 사랑하는 한 남자로 죽기를 바랐던 것이다. 사랑의 감정을 간직한 채로. 내가 이런 사랑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일까. 그런 면에서 베르테르는 어쩌면 로테보다도 로테를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너무도 사랑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생 동안 다시는 없을 것만 같은 사랑의 열정에 취한 자신을 말이다. 가질 수 없다면 잊을 수 없게 만들라고 했던가. 언젠가 들었던 문장이 절로 떠올랐다. 베르테르는 자신의 감정을 완전형으로 끝맺음 했지만, 그렇게도 사랑했다는 로테에게 너무도 잔인했고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남은 기간 죄책감에 시달릴 그녀가 안쓰러웠다.

  젊음과 치기로 가득 찬 책을 읽으며 끝없이 등장하는 수단인 편지의 매력에 다시금 푹 빠졌다. 다른 베르테르가 아니라 오로지 ‘젊은’ 베르테르였기에 가능했을 이야기가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나는 100까지의 가능성 중에서 단 10의 수치 정도만큼을 소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지나치게 평이한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베르테르에게 남모를 부러움을 느낀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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