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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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비웃는 숙녀』를 읽었다. 이야미스라는 소개에 끌려 집어 들었다가, 기대보다 흥미진진한 전개에 몰입해서 단숨에 읽었던 책이다. 『다시 비웃는 숙녀』는 당연하게도 그 다음 편이다. 전편을 읽은 독자라면 알고 있을 이유로, 이번에는 가오루 미치루가 아닌 노노미야 쿄코가 등장한다. 사이비 종교인, 나아가 정치인까지 상대로 속여 넘기는 쿄코의 모습을 만나 볼 기회이다.


쿄코는 상대가 원하는 말을 들려 준다. 매력적인 외모, 어쩜 그리 다방면에 재능이 있을까 싶은 조언 실력과 언변. 이 모든 게 뒷받침이 되어 주기는 하지만 자기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심리를 건드리는 게 주된 수법이다. 한껏 공중에 띄워 놓고서는 단박에 떨궈 버리는 쿄코가 잔인하게 느껴지면서도 지면 너머로 느껴지는 그녀의 마성에 이번에도 역시 흠뻑 빠져들었다. 하지만 왜일까, 저번에 비하면 자극적인 소재가 줄었는데도 기시감과 불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이 감정의 이유는 책의 마지막까지 읽은 뒤 확인할 수 있다.

‘다시’라는 단어가 붙으며 판이 커졌다. 일반인, 특히 가정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하면서도 만족을 얻지 못하는 여성을 이용했던 전편과 달리 이번에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남성을 이용한다. 이 심리는 지난 편에서도 여성의 시선으로 낱낱이 드러냈던 것이기에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케일이 커졌다고 표현한 이유는 단순히 주 타깃의 성별이 남성으로 옮겨 가서가 아니라, 정치 비리 쪽으로도 가지를 뻗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이번에는 목적이 생겨 전개가 달라졌다고 느꼈는데, 그래서인지 반전이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솔직한 현재 심정을 말하자면 『비웃는 숙녀』로 처음 만났을 때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미치루가 이제 와 보니 기대했던 캐릭터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조금 실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킬링 타임용으로는 적합한 소설이다. 역자는 마지막에 그녀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다른 캐릭터 중 한 명과 맞붙게 될 듯하다는 여운을 남긴다. 그의 책을 많이 읽지 않은 나로서는 그게 누구일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비웃는 숙녀> 시리즈가 끝에 다다르기 전에 어서 다른 작품들을 끝내고, 나만의 포위망을 쳐야겠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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