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 인물편 1일 1페이지 시리즈
데이비드 S. 키더.노아 D. 오펜하임 지음, 고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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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국사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지배적인 것은 잊힌 이름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도 직접 뛰어들어 공부하기 전에는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조차 사실은 굉장히 많은 것이다. 지금 이 시대는 지나면 어떻게 기록될까? 나 역시 잊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되는 걸까? 새삼 21세기 역시 지나고 보면 역사의 일부가 될 것이며, 나 역시 역사를 쓰고 있는 한 사람이라는 깨달음에 겸허해지고 결의가 다져지는 순간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어쨌거나 후대로서 과거는 ‘내 전공이 아니니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 혹은 ‘그냥 지나간 것이니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인물편』은 교양으로 특히 기억할 만한 365명을 소개한다.

  제목처럼 한 인물에 대한 설명은 한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는다. 위에는 요일과 읽음 체크 란이 있어, 하루에 한 명씩 정복한다는 느낌을 준다. 나 역시 365일에 걸쳐 천천히 읽어 보고 싶었으나, 서평단으로서 지켜야 할 기한도 있는 데다가 읽다 보니 다음 인물의 이야기가 궁금해 쭉쭉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그래서 매일 한 페이지씩 읽은 건 아니고, 순서대로 읽되 하루에 꽤 많은 분량을 읽었다. 책의 본문 구성은 대개 그 인물을 대표할 에피소드나 업적, 전반적인 생애로 이루어져 있다. 분량에서 직감했겠지만 한 사람을 깊게 파고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가볍게 건드린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대신 굉장히 폭넓다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는 사디즘의 유래로 유명한 사드 후작까지 등장한다.(형이 왜 거기서 나와...? 🌸) 따라서 다양한 인물을 알고 싶은 독자, 얕고 넓은 지식을 쌓고 싶은 독자에게 적합하다.





  사실 한 인물의 생애를 한 페이지에 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관심이 생겼던 사람들을 따로 더 찾아볼 예정이다. 저서를 찾아 읽거나, 관련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알아보는 방식으로.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 다섯 명이 있다. 첫 번째는 유명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그가 지동설을 발견한 사실은 알았지만, 세상에 밝힌 후 “죽을 때까지 그의 시골집에서 가택연금에 처해”지는 등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 일은 알지 못했다. 두 번째는 프랑스 농민 마르탱 게르이다. 그는 신분 도용 범죄의 피해자로 유명한 사람인데, 나로서는 처음 들은 이야기였기에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는 투팍 아마루 2세이다. 그는 스페인에 저항했던 페루인이다. 우리에게도 일제강점기와 독립 운동가가 있어서였는지, 그의 생애는 찡한 울림을 남겼다. 네 번째는 리지 보든이다. 그녀는 손도끼로 친부모를 살해했다. <서프라이즈>에 나올 법한 범죄 이야기였는데, 개인적으로 범죄에 관심이 많아 눈길이 갔다.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진 장이었다. 마지막은 은행 강도 가족의 두목이었던 케이트 마 바커이다. 악명 높은 여성 강도였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비평가들의 평이 이 이야기를 더욱 기억에 남게 했다. 그들에 따르면 FBI가 공헌도를 부풀리려 “갱 안에서 그녀가 맡았던 역할의 중요성을 과장했을 것”이라고 한다. 비평가의 의견이 진실일지, 아니면 이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절하한 것일지 궁금증이 일었다. 이외에도 포카혼타스의 아버지인 와훙세나카우, 단순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파했던 철학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 등 들어 보지 못했던 이야기가 많았다.

  이 책에 적힌 많은 사례를 읽으면서 또 생각에 빠졌다. 누군가는 명예를 누리기도, 누군가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한 대가로 여생을 없는 사람처럼 지내야 했거나 부당한 죽음을 맞이하기도, 누군가는 빈곤 속에 굶어 죽어 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인물편』은 악명 높은 범죄자까지 언급하고 있어 교양 도서로 딱이다. 의로운 인물의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배우고자 다소 진지한 태도로 임했고, 악당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흥미진진하게 몰입했다. 더불어 과거에는 종교가 큰 이슈가 되었던 점이 새삼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표지에서 이미 예고되었듯이 이 책을 읽고 또 다시 사람으로부터 여러 가지를 익힐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저자가 서양인이라서인지 동서양 인물 365명의 대부분이 서양인이고, 동양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만약 한국인으로만 365명을 정리한 책이 나온다면 또 읽을 의향이 있다. 언제든 내 주기만 하면 좋겠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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