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 너와 나의 이야기
슛뚜.히조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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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에는 어느 정도 운명이라는 힘이 작용한다.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유일하게 관계에서만큼은 그런 기분이 든다. 얼마 전 “어떤 사람이 좋냐”는 질문을 받고 곰곰이 생각한 결과, 정말로 나에게는 누군가를 사귀는 기준이 없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왠지 더 알고 싶은 경우도 그냥 촉에서 비롯되었을 뿐이다. 필연이었던 사람끼리는 언젠가 만나게 되고, 언젠가 이어지게 된다고 해야 하나. 그게 내 인간 관계 운명론이다. 『여생, 너와 나의 이야기』의 저자 슛뚜와 히조는 어쩌면 운명적으로 시작된 관계이다. 그쪽 방면에는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책을 읽고 검색해 보니 두 저자 모두 유명한 브이로그 유튜버라고 한다. 특히 슛뚜라는 이름은 언젠가 들어 본 것처럼 익숙해서 따로 더 찾아보았다. 알고 보니 예전에 테마 리팩 블로그를 운영하던 분이었다.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슛뚜와 히조는 대학에서 처음 만났다. 대학 생활이 갑갑하게만 느껴졌던 두 사람의 우정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다. 함께 술자리부터 여행까지 함께 한 그들의 사이는 아주 각별하다. 『여생, 너와 나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 놓는다. 책 속에는 크게 세 가지 이야기가 있다. 슛뚜의 이야기, 히조의 이야기,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슛뚜의 글에서는 반려견 베베를 향한 애정이, 히조의 글에서는 독서를 향한 애정이 여실하다. 둘 중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며 온전히 모두를 담아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특히  「술 네 잔의 염원」 에서는 여생(女生)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는 무작정 괜찮다고 말하는 글을 선호하지 않는다. 모두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하기에 급급한 글은 더욱 그렇다. 그런 글에서는 진심을 읽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드물게 솔직한 이 책이 의외로 신선하게 느껴졌다. 불확실한 미래, 우울에 관한 견해, 페미니즘 등 작가와 비슷한 나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만한 주제들로 꽉꽉 들어차 있다. 초반부의 첫 만남보다도 중후반부의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 이야기가 기억에 오래 남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소재는 역시 취향이었다. 책에서도 등장한 <소공녀>는 각박한 삶 에 휩쓸려 잃어버리지 않도록 단단히 붙들고 있는 최소 취향을 이야기한다. 타인을 부러워하는 대신 저마다의 볕을 찾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 휩쓸리지 않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렇기에 『여생, 너와 나의 이야기』를 권하고 싶다. 특히 나와 비슷한 상황이거나 새로운 도전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내 삶을 부러워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슛뚜와 현재의 모습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히조, 그리고 취향이 뚜렷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그 흔들림에 확신을 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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