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포스터 대본집 - 시즌 1 / 오리지널 영문 대본 동시수록
마이크 바틀렛 지음, 김영수 옮김 / 인간희극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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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인터넷에 ‘사빠죄아’라는 단어가 자주 보였다. <부부의 세계>를 보지 않아 몰랐는데, 알고 보니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그 드라마의 대사였다. 친구가 첫 화를 보고 꽤 재미있다고 이야기했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드라마에 별관심이 없었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닐뿐더러 딱히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점점 나 빼고 다 보는 듯한 드라마가 되었을 때쯤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도 보지 않았고, 지금 왓챠를 사용 중이면서도 원작이라는 <닥터 포스터> 역시 아직 보지 않았다. 이 대본집을 만나게 된 건 어쩌면 운명적이다. 원래는 출판사 진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갈피를 받기로 했는데, 담당자분이 막상 책갈피만 보내려니 우편비가 아깝다고 하셔서(ㅋㅋㅋ) 대본집을 같이 받게 되었다. 이 정도면 대본집 먼저 읽게 될 운명이었다고 해도 과언 아니지 않을까.

『닥터 포스터 대본집』은 드라마와 동일하게 시즌 하나 당 다섯 회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는 젬마가 남편 사이먼의 바람을 직감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바지에서 떨어진 입술 보호제와 그의 스카프에서 발견한 금색 머리카락이 첫 물증이 된다. 이후 사이먼의 비서 베키와 대화하다가, 남편이 퇴근 후 바로 귀가하는 게 아니라 두 시간 가량 다른 일을 하다가 귀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젬마는 그를 미행하지만 사이먼이 향한 곳은 어머니 헬렌이 머물고 있는 브라이드웰 요양원이다. 안도한 것도 잠시, 방문자 명단에 당일을 제외한 다른 날에는 사이먼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닥터 포스터>를 본 지인들은 젬마 캐릭터를 두고 감상이 갈린다. 그녀의 행동이 올바른지 그렇지 않은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 기준점은 가정을 위한 선택을 하느냐, 본인을 위한 선택을 하느냐라고 본다. 지금 대본집으로 시즌 1까지 읽은 현 시점의 나는 젬마가 나쁘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대한 만큼의 ‘사이다’를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터 부부의 결혼 생활과 바람 대상을 추적하는 과정도 흥미진진했지만, 그보다 오만해지거나 타인에게 냉랭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본집을 읽을 때에는 인물 관계도가 필수다. 소설에서는 긴 설명이 이어지지만, 대본집에는 부연 설명이 없기 때문에 지문만으로 관계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대신 한 번 적어 두고 읽기 시작하면 굳이 힐끔힐끔 보지 않아도 자연스레 머릿속에 입력할 수 있다. 사실 처음 책을 펴 보았을 때에는 글씨 크기가 작아서 처음에는 눈이 많이 아프지 않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워낙 속도감 있게 읽고 넘길 수 있어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아쉬운 점은 번역투가 조금 어색했다는 점이다. 그와 더불어 처음부터 한국어로 작성된 대본이 아니기에 맥락 상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면 칼리가 펍에서 사귀었다는 친구가 수지라는 것인지, 그 친구가 수지라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인지 헷갈렸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옆면에 있는 원문을 읽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드라마로 영어 공부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경험상 영어뿐만 아니라 타국의 언어를 배울 때는 무작정 단어를 암기하기보다 친숙한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쪽이 확연히 효율적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영국 발음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로 시도해 본 적이 있는데, 억양과는 별개로 콘텐츠의 내용이... 적합하지 않아 관둔 적이 있다. <닥터 포스터> 역시 비교적 발음이 명확한 영국 드라마이므로 영어 공부에 활용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을 것 같다. 대본집의 한 면이 영어로 채워져 있으니 번역본과 비교하며 보기도 좋다. 내용을 직접 읽어 보았을 때는 그리 난이도가 높지 않고, 젬마의 직업이 의사인 것치고 의학적 용어가 등장하지 않아 적합해 보였다. 주요 등장인물이 삼십대 이상이므로 최근 유행하는 단어나 은어를 배우려면 다른 드라마를 택해야겠지만. 나는 이 대본집으로 시즌 1을 다 읽었으니, 영상으로는 시즌 2부터 보려고 한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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