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위대한 개츠비 - 192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기선 옮김 / 더스토리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 홀린 듯 불빛을 바라볼 때면 어김없이 개츠비가 떠오른다.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에서 램지 부인이 등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바라볼 때에도 그 초록 불빛을 연상했다. 흔히 아메리칸 드림의 허황됨을 그렸다는 설명과 함께 소개되는 『위대한 개츠비』. 영화로도 책으로도 이미 본 작품이지만, 초판본이라서 더욱 특별한 기분으로 책을 펼쳤다.

닉이 웨스트에그로 이해하자 친척 동생 데이지가 그를 집에 초대한다. 데이지의 집에서 나오며 닉은 데이지의 반대편에 사는 개츠비를 처음 발견한다. 개츠비는 갑부로 파티를 자주 여는데, 그에 관해서는 정확한 사실이 없고 소문만 파다하다. 이후 닉은 개츠비에게 초대를 받아 파티에 참석하며 개츠비와 안면을 트게 된다. 데이지의 남편 톰은 닉에게 자신의 애인 머틀을 소개한다. 머틀은 자동차 정비사 조지 윌슨의 아내이다. 개츠비는 베이커를 통해 닉에게 데이지와 자신의 만남을 부탁한다. 오 년 전 사랑했던 두 사람은 닉을 통해 재회하고, 개츠비는 데이지가 자신에게 와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질과 별개로 차라리 선과 악을 확실히 구분 지어 둔 쪽이 읽고 보기에는 편하다. 특히 나처럼 이입해 감상하는 경우에는 모든 인물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일수록 여운이 길다. 물론 그 여운이 새로운 감정을 낳고, 자꾸 다시 떠오르게 만들기에 작품을 오래 기억하고 좋아할 확률을 높여 준다. 예를 들면 영화 중에서는 <500일의 썸머>나 <패왕별희>가 후자에 속한다. 『위대한 개츠비』 역시 등장인물 대부분의 심리가 이해되어 괴로웠다.







개츠비는 꿈 속에 산다. 꿈을 좇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꿈이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개츠비와 대비되는 인물은 작품 속에 수두룩하다. 대부분이 개츠비의 돈과 정보력에 이끌려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개츠비가 평생 사랑한 데이지는 개츠비에게 흔들리면서도 톰과의 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는 여성이다. 하지만 무작정 데이지를 힐난할 수만은 없다. 언젠가 변할지 모를 과거의 사랑을 위해 기껏 이룩한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일은 어렵기 때문이다. 첫 번째에는 개츠비에게 집중해 놓쳤더라도, 두 번째에는 이혼을 기대하는 개츠비에게 “나에게 너무 많은 걸” 바란다고 외친 데이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데이지를 위해 한껏 스스로를 포장했던 개츠비가 몰락하는 모습은 더욱 초라하고 비참하다. 톰과의 말싸움에서 밑천이 드러나고, 결국 그의 곁에는 닉과 아버지를 제외한 누구도 남지 않는다. 닿을 수 없는 초록 불빛을 향해 노력했던 그가 바보 같았다. 피츠제럴드는 이런 개츠비에게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임으로써, 여전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라고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사랑의 성패를 떠나 개츠비의 순수성을 예찬하고 싶었던 것이다.







재독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초록 불빛”은 소설 속에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 읽고서 왜 개츠비가 초록 불빛을 바라보는 장면이 지금까지도 『위대한 개츠비』를 상징하듯 강렬히 남았는지 자문해 보았다. 아마 가질 수 없는 대상을 갈망하는 뒷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일 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습이 쓸쓸하기보다는 어떤 감정도 비집고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매료된 듯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나에게 결혼은 아직 머나먼 이야기이다. 결혼 생활의 민낯을 목격한 것도, 그렇게 깊은 관계를 맺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인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언제든 새로운 도전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싶어서이다. 굳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개츠비처럼 갈망할 수 있는 꿈을 계속 꾸면서 데이지처럼 현실 때문에 놓치고 싶지는 않다. 영화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읽을 때마다 영화의 한 장면이 그려졌다. 더없이 잘 어울리는 캐스팅이지만 상상하는 재미가 떨어져 아쉬웠지만 여전히 여운이 길다. 『위대한 개츠비』를 처음 읽었을 때에는 나 역시 데이지를 원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데이지에게 공감하고, 개츠비를 염원하게 되는 소설이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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