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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럽 -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
조성관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유럽 여행은 떠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기간이 부담되어서다. 나에게도 유럽은 언제나 예술의 거리이고 떠나고 싶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거의 한 달 정도 기간을 잡아야 하니 시간을 비울 수가 없다. 친구들만 봐도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은 비교적 쉽게 떠나는 데에 비해 유럽은 그야말로 여행을 계획하기까지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가고는 싶지만 (큰맘 먹기 전에는) 갈 수 없는 곳이니 자꾸 대리 만족 겸으로 책을 찾아 읽는다. 『언젠가 유럽』은 파리, 빈, 프라하, 런던, 베를린, 라이프치히를 담은 여행기이다. 저자는 과거 천재에 매료되어 천재 테마 여행기를 출간한 적 있다. 이 책도 그중 한 줄기라고 할 수 있겠다.



『언젠가 유럽』은 도시를 영화로 연다. 그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듯하다가 중간중간 천재들과 밀접한 명소를 소개한다. 영화를 이용해 도시 전반적인 분위기만 전달하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소만 골라서 방문하는 편보다 이 방식이 더 마음에 들었다. 물론 최근에는 ‘성지 순례’라는 이름으로 특정 필모그래피에 등장하는 장소를 순서대로 찾는 팬들이 늘었지만,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감흥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페너가 마부가 마차를 몰며 마셔도 커피가 흐르지 않도록 휘핑크림을 올리는 데에서 시작했다거나, 묘지 투어에 관한 우리나라와 유럽의 인식 차이 등 자잘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즐거웠다. 동상과 얽혀 있는 사진도 도시의 풍미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개된 모든 도시가 예술로 가득차 있어 꼭 가 보고 싶은 여행지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스타보브스케 극장 앞의 청동 조형물은 두 눈으로 꼭 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확실히 짧게 여행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말하자면 빠르게 랜드마크만 도는 여행자들에게 지침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카페나 공원처럼 찬찬히 앉아 둘러보아야 하는 장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신 몇 번 다녀와서 여유가 있거나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는 휴식을 즐기는 사람, 혹은 테마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이는 저자도 초반부에 밝혀 두고 있는 부분이니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을 정보서를 찾는다면 참고하는 편이 좋다. 사실 지금 살고 있는 곳도 고샅고샅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을 텐데, 단 한 번의 여행으로 다른 나라를 다 파악할 수 있을 확률은 0에 수렴할 것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로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가 보고 싶고 또 살고 싶은 나라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째 대리 만족보다는 욕구가 커지는 느낌이지만, 이 마음을 차곡차곡 모아 현지에서 터뜨릴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