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좋았는데, 크면서는 오히려 그렇지 않다. 내 코가 석 자라고 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서는 아니다. 아마 그냥 그 많은 이야기를 배제해 두는 게 에너지나 시간에 있어 효율적이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관심을 가지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한 순간이라도 옆에 있었던 사람들을 머릿속에 기록하고, 이해 대신 그 자체로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는 이유도 비슷하다.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은 연작 소설이다. 처음 인터넷에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표지를 보았을 때에는 어디에서 많이 본 그림체라는 생각에 관심을 가졌다. 아니나 다를까 <벌새> 포스터와 같은 분의 작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세 설명에서 “대한민국 여성에 관한 이야기”라는 구절을 발견하고, 강하게 마음이 이끌렸다.
「정아」의 주인공 정아는 친구 은미에게 속아 다단계로 재산을탕진한다. 건호라는 남자와 만난 뒤 그와 교제한다. 「정정은 씨의 경우」에서는 교사 정정은이 칠 년 동안 고시생 남자 친구를 뒷바라지한다. 그러나 남자 친구는 고시에 합격하자마자이별을 선고한다. 「아웃파이터」의 영진은 프로포즈를 기다리지만 남자 친구는 원하는 말을 해 주지 않는다. 「공동생활」에서는 김병권과 윤정화의 시선이 모두 등장한다. 김병권은 자신을 가족에게 소개하지 않는 윤정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윤정화는 자신에게 신경 써 주지 않는 김병권에 심심해서 다른 남자를 만난다. 「부장님 죄송해요」의 주인공은 이화정이다. 금요일, 퇴근했지만 만날 남자가 없어 외로워한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나요」에는 서로를 아끼는 커플 태주와 수연이 등장한다. 수연은 태주와 결혼하기 위해 악착같이 이천만 원을 모은다. 「이숙이의 연애」는 앞선 수록작과 달리 과거 배경이다. 황 대감이 거지인 바우를 데려와 하인으로 키운다. 황 대감의 딸 이숙이는 바우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