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프랑켄슈타인 - 188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메리 셸리 지음, 구자언 옮김 / 더스토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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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프랑켄슈타인이 괴물 이름이 아니라 창조한 박사의 이름임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재작년이었나,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정직한 제목의 영화를 보고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곡해와 급전개가 난무해 과연 백 퍼센트 신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졸작이었지만, 어쩐지 그 부분만은 원작 그대로일 것 같아 알아보지도 않고 믿고 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괴물이 아니라 박사의 이름이었던 게 맞다.

  『프랑켄슈타인』의 첫머리에서는 선장 왈튼이 여동생에게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편지로 써서 보낸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제네바 출신으로, 대학에 가며 잉골슈타트로 거처를 옮긴다. 그곳에서 발트만 교수를 만나 자연철학에 대한 열정에 다시 불이 붙는다. 자연철학과 화학을 빠르게 통달한 그는 생과 사의 문제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노력하다 보면 죽은 사람도 되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품은 채 연구에 매진한다. 그렇게 그는 첫 번째 피조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피조물이 생각보다 혐오스러운 모양새를 하고 있어 깜짝 놀란 빅터는 도망친다. 며칠 뒤 집을 찾아온 친구 앙리 클레르발 덕분에 기력을 되찾는다. 그리고 이 년 뒤 제네바로 돌아가자 동생 윌리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야기가 오가는 중 나무 뒤에 숨어 있던 자신의 창조물을 발견한 빅터는 그가 범인이라고 의심한다. 창조물은 오히려 빅터에게 다가와 대화를 시도한다.









  고전이지만 오히려 최근의 스릴러보다 쉽고 흥미롭게 읽힌다. 우선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이 무섭거나 과묵한 존재가 아니라 상당히 비참한 존재라는 데에 놀랐다. 비록 생김새는 흉측하지만 심도 깊은 사고와 품격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괴물에게 감탄하기도 했다. 솔직히 빅터가 완성품을 보고 놀라서 도망갈 때부터 그가 밉고 ‘이쯤 되면 창조물 의견도 들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둘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인상이 더욱 강해졌다. 창조물은 단 한 번도 자신을 이 세상에 나와 움직이게 해 달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어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는데, 그들은 소리를 지르며 반대쪽으로 달려가거나 터전에서 나가라고 위협한다. 마음대로 만들어 놓고서는 주인인 자신마저 징그럽다고 버리다니.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인간들에게 받은 그의 상처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다시 한 번 인간의 영역이 아닌 생사를 건드리는 것이 유익한 일인지 문제를 제기한다.



  물론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창조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런 일을 행했지만, 일반적으로는 죽은 아내 혹은 딸이나 아들을 살리기 위해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댄다는 서사가 많다. 구태여 가족이라는 요소를 집어넣는 이유가 뭘까. 아마 대다수가 생사에 관여하는 일이 도덕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소중한 이를 위해서는 서슴지 않을 수 있다는 인간적 부분을 부각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맞는다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늘 자문해 보고는 하는데, 여전히 답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나는 부정적 입장이다. 보고 싶은 이를 딥페이크 기술이나 AI로 복원하는 것조차 사절이다. 완전한 부활 없이 의식만 어쭙잖게 따라 하는 섬찟한 허물은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과 <블랙 미러>에서 이미 여러 번 목도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을 맞는다면 냉정해지기가 어렵다. 욕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잃지 않고 거머쥐려는 욕심 때문에 인생을 그르칠 것만 같다.


  최근 아르테에서 페미니즘 클래식이라는 시리즈로 고전을 재해석해 출간하고 있는데, 『프랑켄슈타인』도 그중 하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에서 여러 번 마주한 서사에는 남자들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각색을 거치지 않은 원작 그대로를 읽고 나니 비로소 그 선택에 이해가 갔다. 메리 셸리가 열아홉 살에 창조해낸 이 괴물 이야기는 도발적이다. 페미니즘 비평계에서는 이미 “괴물=여성”이라는 공식이 해석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쪽에 주의하지 않고 읽은 부분이 아쉽지만 나름의 고찰 덕택에 뜻깊은 독서였다. 더불어 생각해 보면 이 책이 출간된 시점에서 조금도 발전하지 않은 현대의 과학적 시각과 의식이 다른 의미로 놀라웠다. 세상은 빨리 변하는 듯하면서도 느리게 변하는구나 싶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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