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지 못하고 어른으로 산다는 것
박수정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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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과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년 전 일이다.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데, 그때 나는 다른 사람에게 투정 부리지 않고 혼자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고, 스스로 그렇지 않기에 어른이 아닌 것 같다고 대답했다. 여전히 나는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앞뒤 안 재고 달겨드는 데다가 뭐든 도저히 숨길 줄 모른다. 현실과 타협할 줄 모르고, 억울한 일은 언니에게 이야기해야 직성이 풀린다. 키가 몇 센티 더 크고 소매가 몇 센티 짧아졌어도 그때의 기준으로 나는 여전히 어른이 못 된 셈이다.

  『어른이 되지 못하고 어른으로 산다는 것』의 저자는 나와 비슷하다. 나이로는 이미 어른인 것 같고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데,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살고 있는 듯한 사람이다. 1장에서는 어른이 되는 것에 관한 고민을 이야기한다. 2장에서는 일상 속 보통의 행복을 쓴다. 3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 줄 필요성을 말한다. 모든 장에서 작가의 일상이 주 재료로 등장한다. 특히 어느 순간부터 어른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에 관한 고민과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때면 문득 사랑이 두렵다”는 고백에 공감했다. 가치관 자체가 나와 달라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일부 존재했으나, 전체적으로는 크게 걸리는 부분 없이 쭉 읽을 수 있었다. 꼭 친구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은 시간이었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사실은 위로가 되면서도 어쩐지 서글프다.

  어른이라는 말은 참 웃기다. 드라마틱한 전환점을 맞아 완벽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1학년이 몇 해 뒤 6학년이 되고, 신입생이 몇 년 학교 다니다 보니 막학기를 맞는 것처럼 대부분은 그냥 자기도 모르는 새에 나이가 든다. 그런데도 사회는 어른에게 많은 짐을 지운다. 사회보다도 생각해 보면 어른인 사람들 그 자신이. 책을 덮고 난 뒤에는 ‘과연 꼭 어른이 되어야만 하나?’ 하는 조금은 낙천적인 생각이 들었다. “어른”으로 한정하지 않고 그냥 좋은 사람으로 목표를 잡는다면 쉬워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어른이라는 단어에는 너무 무거운 책임감이 깃들어 있으니까.

  오랜만에 집에 있는 주말, 강아지와 거실에 드러누운 채 이 책을 읽었다. 책도 가볍고 내용도 가벼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읽기 전에는 기분이 무거워질까 봐 조금 걱정하고, 책을 다 읽자마자 글을 쓰겠다며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독서를 마친 뒤에 기분 좋은 낮잠을 잤다. 그런 재충전의 시간이 한 톨 한 톨 쌓인 시간과 가르침 가운데에 숨구멍이 되어 주기를 바라며.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일은 나중으로 제쳐 두고, 자연히 어른이 되는 데에 다시금 기대를 걸어 본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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