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심리학 콘서트 - 독자들이 선택한 대중심리학의 텍스트 심리학 콘서트
공공인문학포럼 지음 / 스타북스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키우는 강아지는 말을 못 하는 대신 행동으로 심리를 표현한다. 같이 앉아 있을 때 자리가 비좁으면 자는 척 은근슬쩍 나를 밀고, 간식을 원할 때 꼬리를 흔들면서 졸졸 따라다닌다. 자기를 다리 위에 앉혔으면 할 때는 내 다리를 사정없이 긁는다. 밥을 먹고 속이 더부룩하면 구두처럼 몸을 구부린다. 내가 하는 행위를 멈추길 바랄 때 하품을 하는 것은 심화된 버전이다. 강아지는 행동이 한정적이고 기본적으로 숨기지 않기에 이렇게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한데, 문제는 사람이다. 말을 할 줄 알아도 속마음을 알 수 없는 사람들.

  『New 심리학 콘서트』에서는 그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야기한다. 1부에서는 심리학이 과학이라는 설명과 함께 우리가 촉이나 직감이라고 믿는 것이 경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아이가 거짓말을 익히는 과정을 다룬다. 2부에서는 누군가와의 대화 도중 비집고 나오는 상대의 속마음을 언행에서 캐치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이 심리를 이용해 우위에 서는 “심리 테크닉”을 제시한다.

  표정 변화에 관한 부분은 이미 배운 내용이기에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었고, 특히 보디 존에 관한 논의는 워낙 자주 거론되는 부분이라 반가웠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싸움을 걸 때 폭력배가 얼굴을 들이대는 장면을 보고 늘 궁금했는데, 보디 존을 침범해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의도라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애완동물이 자기 과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은 의아하면서도 참신했으며,  「일의 능률을 높이는 심리술」파트에서는 유독 집중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음 이 책의 큰 장점이다. 흔히 심리학은 흥미로우면서도 ‘학’이라는 어절로 끝나는 대개의 것들이 그렇듯 무겁고 어려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New 심리학 콘서트』는 그런 부분에 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실 속에서 자주 마주치는 상황들이며, 한 번쯤 들어 본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것들을 한 번 더 점검하고 전문 용어를 익힐 수 있는 기회였다. 심리학을 전혀 모른다면 입문용으로 좋고, “감정이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풀어서 말할 수는 있어도 “정동”이라는 말을 단박에 떠올릴 수는 없는 사람들에게도 괜찮을 책이다.




경악스러운 여성관




  그러나 초반부에 심리학은 “심적 활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굳이 언급한 것치고 근거가 뚜렷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다. 또한 이전에 나온 책을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재출간해서인지 구시대적 발상이 기저에 깔려 있어 불쾌했다. 책의 곳곳에서 여성의 경우에 예외를 두고 설명하는데, 그 차이가 만들어지는 근거를 간략하게라도 설명했다면 그런 인상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가령 여성이 다리를 꼬았다 풀었다 하는 버릇에 “성적인 의미”가 더해진다거나 이야기할 때 입을 가리는 버릇은 “여성임을 강조하면서” “상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숨겨진 욕구”라는 부분은 단정적으로 서술되어 있을 뿐 근거가 없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여성은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것은 천박하다는 얘길 흔히 들어 왔을 것”이기에 입에 손을 대는 버릇이 많다는 부분도 마찬가지로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추정에 그치는 선입견이었다. “된장녀”와 “화려한 창부형의 여성”이라는 철 지난 혐오 표현을 발견했을 때는 눈이 피곤해서 잘못 읽은 것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곱씹어 보면 전부 마땅한 내용이라, 나는 매번 읽고도 심리학 책을 읽는 것은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람과 마주앉으면 그 사람을 말 없이 응시하기보다는 쉴 새 없이 소통하는 경우가 많기에 시그널의 의미를 알더라도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도 호감을 얻고 싶을 때 보통 눈을 맞추며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을까 고민하느라 바쁘지, 상대가 어느 각도로 얼마큼 다리를 벌리고 앉았는지를 관찰하며 호감도를 측정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심리학은 알아 두면 일단 재미있고 나아가 체화되면 도움이 될 법한 이야기들이다. 이번에도 이 책을 독파한 뒤 내 인생 마지막 심리학 도서라고 생각했으나, 다음에 또 이 분야의 책을 찾아 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정말이지 재미의 유혹은 저버릴 수가 없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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