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방어 -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의 놀라운 비밀
맷 릭텔 지음, 홍경탁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작년인가, 연령대에 따른 흥미를 조사하다가 삼십 대부터 관심이 급증하는 관심사 중 하나가 건강이라는 통계를 읽었다. 그때 언제까지나 젊음을 유지할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하에 스스로를 혹사시키다가 그 변화가 급격히 나타나는 게 그때부터가 아닐까, 하는 아주 당연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건강을 우려해서는 아니지만 “우아한 방어”라는 제목에 끌려 이 책을 택하게 되었다.

  우선 제 1부 「조화로운 생명」에서는 건강했지만 시나브로 병에 물든 네 인물을 소개한다. 호지킨병에 걸린 제이슨, 에이즈에 걸린 밥,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앓게 된 린다, 그리고 루푸스를 앓는 메러디스이다. 제 2부 「면역계와 생명의 축제」는 본격적으로 면역계 연구의 역사를 설명한다. 각 인물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제3부에서 제5부는 각 인물과 질병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으로 제6부 「귀향」에서는 네 인물의 치료가 어떻게 되었는지 전달함과 동시에 삶의 의미에 관한 환기로 책을 마무리한다.


  면역계의 역사 사전 같은 첫인상을 뽐내던 이 책은 실제로 접하고 나니 그보다 맷 릭텔의 면역 연구 일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는 자신이 실제로 알고 있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을 뒤섞으며 생생히 발자취를 좇는다. 동물 실험을 토대로 발전해 온 의학과 잘못된 신약이 도입되었을 때 감수해야 할 위험, 이식 수술 등의 이야기가 주되고,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수록되어 있어 지루한 느낌을 덜어주기도 했다. 나는 이런 쪽에 문외한이라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의 교묘한 술수에 속아넘어가거나, 특히 나 자신을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순수한 충격을 자아내는 대목이었다. 와중에 바이러스를 몰아내기 위해 영차영차 일하는 세포들에 관한 부분을 읽을 때는 본 적은 없지만 <일하는 세포>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별안간 세계를 덮친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렘데시비르 도입을 앞두고 약의 효력을 확인하는 일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인지 다시 한 번 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감상이겠지만 새삼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온 의학 발전의 역사가 부끄럽고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른 생물을 가차없이 짓밟고 희생시키며 얻은 삶을 우리는 조금 더 소중히 여겨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자기 파괴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면역계를 알고자 시작했던 독서가 책의 마지막 부분처럼 삶의 의미나 삶을 대하는 태도로 귀결되었던 것이다.

  얼마 전 읽은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휴이넘과 나누는 대화 중 ‘인간은 상성이 달라 서로 충돌하는 성분들을 함께 섭취하여 스스로를 망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맛있는 음식이나 편한 자세는 건강을 망친다. 물론 건강을 고려해 건강식을 찾아 먹고 바른 습관만을 가진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에 힘든 현실이니 몸이 보내는 신호를 최소한 무시하지 않고 한번 돌아봐주는 것만이 답이 아닌가 싶다. 나라는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힘써 주고 있는 세포들과 면역 체계를 위해서라도.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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