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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터 북 by 성립 ㅣ 아트 포스터 시리즈
성립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평점 :


아르테에서 성립과 이미소의 작품으로 『더 포스터 북』을 출간했다. 성립의 인스타그램은 팔로우해 두었어서, 전에 그림과 짧은 편지가 동봉된 이메일 수신을 신청했던 기억이 있다. 이미소의 그림은 이번 아르테 더 포스터 북 시리즈로 처음 알게 되었다. 백지에 검은색만을 이용해 다소 무심해 보이는 드로잉이 주가 되는 성립의 그림과 달리, 이미소의 그림은 색채로 가득하다. 인쇄본이지만 질감이 그대로 나타나 화면으로 보기보다 생생했다. 『더 포스터 북』이 오월에 다룬 주제는 “소중한 관계”인데, 성립은 사람 간의 거리를 좁히고 넓히는 방식으로, 이미소는 우리가 잊고 있는 일상 속 관계를 조명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마음 같아서는 벽에 죄다 걸어 두고 둘러보며 “내 공간에 여는 작은 전시회”라는 카피를 몸소 체험해 보고 싶었지만, 우선 가장 좋았던 그림 한 장씩만 걸어 보았다.

성립의 그림은 디테일하게 모든 구성 요소를 맞추어 그리지 않아도 인물의 표정이 보이는 점을 특히 좋아한다. 서로 애틋한 표정을 한 채 마주보고 있는 <숨, 5cm>나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70cm>가 그 이유에는 더 부합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그림을 택할지 한참 고민했는데, 결국 두 인물이 같은 곳을 응시하며 별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는 별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50cm>로 정했다. 어쩐지 이 그림에는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하지만 경험해 본 적 있는 것만 같은 시절에 대한 향수가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등을 돌리면 세상에서 가장 먼 사이가 된다 했던가, 4,000km>였다. “처음에 성립 작가는 0~4,000km를 표현했다”는 설명 문구를 보고 궁금증이 생겼었는데, 각자의 길을 가는 두 사람을 표현해 참신하게 느껴지고 생각이 많아졌다.

노을을 분홍색으로 표현한 <19시 40분>과 나란히 두고 고민했던 그림. 내가 붙일 곳은 침실이라 이 그림을 골랐다. 좋은 꿈을 꾸길 바라고 걸어 둔 드림캐처처럼 머리맡에 두고 싶었으나, 종이가 꽤 두텁다 보니 무게 때문에 내 얼굴 위나 침대 뒤로 떨어지지 않을까 해서 대신 눈을 떴을 때 바로 보이는 곳에 붙였다. 그림에 사용된 색채도 그림 자체도 아주 좋았던 <가려진 틈 사이에>. 캐리어를 던져 두고 잠을 청한다니,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절대 그럴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렇기에 여행을 가지 못하고 그리워만 하는 현실에 더욱 자주 꺼내 두고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기지개를 켜면서 이 그림을 본다면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도록이나 드로잉집은 여러 번 봤지만 이번에 받아 본 포스터북과는 꽤 큰 차이가 있었다. 활용도가 높다는 게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더 포스터 북』에는 말 그대로 포스터 크기로 인쇄된 작품이 열 장 수록되어 있어, 책으로 보관해도 좋고 한 장씩 뜯어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도 좋다. 책장에 꽂아 두고 읽는 드로잉집이나 실제 작품을 구매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되는 사람이라면 가능성을 열어 두고 즐거이 고려해 볼 만한 조건이다. 전시회는 날짜를 정해 두고 하기 때문에 원하는 작가의 전시회가 열려도 일정이 맞지 않거나 거리가 부담이 되면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더군다나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으미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테의 여러 책을 읽으면서 왜 더 포스터 북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도 동시에 찾아왔다. 이전 시리즈를 살펴보니 인스타그램에서 이름을 떨치는 우리나라 작가뿐만 아니라 드가나 르누아르 같은 유명 화가의 그림도 출간된 바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나온다면 또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