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자신의 경험과 더불어 링컨과 루스벨트를 비롯한 유명 인사, 그리고 카네기 강좌의 수강생이 전해 준 생생한 이야기까지, ‘인간관계론’이라는 다소 어려워 보이는 이름과는 달리 간단한 의견 제시와 함께 관련 사례들이 병렬되어 있는 구성이라 책장을 넘기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쭉쭉 잘 읽히는 편에 속한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온 집중력을 쏟으며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집중했던 부분은 “아낌없이 칭찬하라”와 “논쟁은 피한다”였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과 영혼 없이 텅 빈 아첨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카네기의 당부는 꼭 기억할 만하다. 의무감을 가지고 타인을 칭찬하려 하면 쥐어짜내는 아첨밖에 되지 않고, 이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기에 카네기는 그보다 마음을 열고 자신에게서 타인으로 잠시 시선을 돌려 진짜 칭찬할 만한 그의 장점을 찾으라고 말한다. 이런 부분에서 카네기는 어쩌면 관계에 대처하는 법이 아니라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간관계는 출판계에서 수백 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장 빈번히, 그리고 꾸준히 채택되는 주제일 것이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고, 그 말은 곧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 된다. 나에게도 인간관계는 이성, 삶 자체와 더불어 신이 인간에게 내린 무거운 짐이자 숙제처럼 느껴진다. 상처받는 순간이 많아 포기하고 싶다가도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을 깨닫고 만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한 사람으로서 나 역시 골치를 썩이는 만큼 관련 서적을 꽤 찾아 읽었으나, 새로운 내용을 찾아볼 수 없어 관두었다가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책 소개 프로그램에 등장했다기에 흥미가 생겨 오랜만에 읽어 본 지침서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의 내용이 완전히 새롭다고 말할 수는 없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이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식이 아니라 실천이고 습관화이다. 그렇기에 데일 카네기가 서두에서 권장하듯, 가까이에 두고 잊힐 때마다 읽으며 새롭게 아로새기는 일이 중요하다. 이 책이 ‘다 아는 내용인데 왜 읽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으로 각 분야 지침서와 에세이를 읽지 않던 나에게 느낌표를 던진 대목이기도 하다. 대부분 앓고 있는 문제이기에 스스로의 관계 대처 능력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이다. 하지만 특히 인간을 대하는 데에 있어 새로운 장을 열고 싶은 사람들에게, 서비스업 등 업무에서 타인을 대하는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처럼 알면서도 좀처럼 풀리지 않아 속상한 사람들에게 곁에 두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