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 킹 - 채권시장을 뒤흔든 혁명가 빌 그로스와 핌코 이야기
메리 차일즈 지음, 이은주 옮김 / 이레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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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미 이벤트로 받은 책이다.


제목은 [본드 킹] 이다. 접착제 본드는 물론 아니다.


채권을 의미하는 Bond 가 제목에 들어가 있는데 이 책은 채권 시장계의 '왕'이라 불린 빌 그로스라는 인물과 그가 이룩해낸 왕국이나 다름 없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핌코(Pimco, Pacific Investment Management Company)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채권'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나, 관련 이론지식을 얻는 책으로서는 적합하지 않고, 빌 그로스가 도대체 누구이며 그가 세운 핌코라는 회사가 어떻게 채권계를 정복해갔는지 그 역사와 사건을 공부하기 좋은 책이다.


딱딱한 이론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읽다 보면, 빌 그로스라는 인물이 위대해 보이고, 범접할 수 없는 초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최근 수십년간 있었던 굵직한 금융 이슈들과 맞물리면서 빌 그로스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핌코를 운영했으며 어떻게 구매자들에게 수익을 안겨 줬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다.


하나의 이야기로서 책을 읽어가면 되기 때문에 상당히 흡입력이 있는 반면, 채권 및 금육 관련 전문 용어, 개념에 대한 해설은 대개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이 책은 채권이나 주식에 대한 이론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독자들이 읽으면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은 책인 것이다 .


'채권이 도대체 뭐지?' 등으로 접근하면, 물론 약간의 설명이 들어 있긴 하지만 현란한 전문 용어와 숫자 속에서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 책의 백미는 후반부로 갈수록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절대자와 같이 느껴지던 빌 그로스라는 왕이 우리와 비슷한 성정을 지닌, 아니.... 어쩌면 우리보다도 훨씬 더 부족한 부분을 지닌 한 인간일 뿐이라는 점이 점점 부각된다.


이건 서사의 몰입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둔 장치일 수도 있지만, 실제 빌 그로스가 보여준 삶의 모습이 후반부에 더 드라마틱해진 경향도 있어 보인다.


핌코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주변 동료들에게 거친 언변을 쏟아내고, 타인의 감정을 읽는데 둔하고, 시야가 좁고, 성격이 까탈스러운 면 등을 지니다 보니 내부에 적이 많았던 걸로 추정된다.

나이를 먹어서는 옆집과도 분쟁이 잦았고, 자신의 명성과 이미지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등 .... 우리가 존경할 만한 위인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너무도 많은 인물이다.


읽다 보면, 일런 머스크+스티브 잡스+앨런 튜링을 섞어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후반부에 보면 빌 그로스는 역시나 '아스퍼거 장애' 진단을 강력하게 의심할 만한 인물이라고 한다.

즉, 그 사람 자체의 '인격'이 특별히 더 고약하거나, 나쁘다기 보다는 그 사람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특성'의 범주가 제법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렇든 저렇든 결과론적으로는 금융계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치고, 많은 이들에게 좋든 싫든 존재감을 드러낸 삶을 살았기에 그의 이야기는 책으로 소개될 만한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그가 했던 거래와, 삶의 족적을 미화시키거나 가리지 않고 때론 법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기도 하고, 딱히 처벌을 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기분이 상할 만한 거래도 과감하게 행하는 그의 모습을 나름 객관적(?) 으로 서술해 줬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 가치가 더욱 크다고 본다.


이 책을 잘 읽고 나서 '채권이 그래서 도대체 뭔데?'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 책의 머리말에 나와 있는 채권, 대출에 대한 비교/대조 설명을 읽어 보라고 할 것 같다.


이 말인즉슨, 책 속에 나름 중요한 정보들이 '괜찮은 방식'으로 부분적으로나마 설명 되어 있는데, 내가 이것을 (말로 표현할 정도로) 잘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책을 읽은 독자가 말로 설명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제 하에서 하는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채권 시장의 중요한 역사와 흐름, 큰 사건들을 공부해 놓고 이후에는 채권에 관련된 이론서적을 펼쳐 놓고 한번 심도있게 공부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빌 그로스 스스로가 채권으로만 자신의 왕국을 이룩하고, 정점에 서 봤지만 이후에는 '주식' 등에도 손을 대보고, 새로운 시도도 해 봤다는 점. 그리고 누군가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시스템을 위협할 때는 자신이 잘하던 분야로 돌아가서 다시 채권으로 수익을 내는 컨셉을 유지했다는 점.


결국 이러한 '매매 활동'은 한 사람의 복잡하고, 연약한 '심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책을 읽으면 제법 얻을 수 있는 게 많을 것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가 이룬 업적과 그가 벌인 부끄러운 일들을 고루 살펴보고, 우리가 닮을 부분만 취하고, 이와 별개로 공부해야 할 개념들을 역사 속에 대입하여 찬찬히 들여다보는 좋은 시간이 된 듯 하다.


무엇보다도 '주식'보다도 훨씬 더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던 '채권'의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이 책의 공로는 상당히 크다.


1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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