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인간의 농담
염문경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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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못된다. 그래서일까? 연예인들의 삶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주변의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살기도 바쁜데, 하물며 자신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을 과하게 좋아하는 그들이 말이다. 특히나 연말에 텔레비전에서 시상식을 해주는 것을 이해 못 하는 한 사람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상을 받는 것을 왜 봐야 하지? 조금은 이런 내가 별라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런 나에게 오랜만에 에세이집이다. 일단 제목부터가 끌렸다. '내향형 인간의 농담'이라니. 내향형 인간인 내가 안 보면 안 될 것만 같은 필연적인 이유가 생겼다.

*'내향형 인간의 농담' 책 리뷰

책은 자신을 내향형이라 밝히는 그녀 '염문경'의 자전적 에세이다. 자신을 내향형 인간이라 지칭한 그녀는 공부도 노는 것도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은 학창 시절을 보냈다. 책을 읽은 내가 그녀를 바라보건대 그녀는 배우도, 작가로도, 감독으로도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젊은이이었다.

 

배우를 하겠다고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고 틈틈이 작가로서 자신의 글을 지금도 보여주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열심히 살아냈음을 알기에 빛난다. 본의 아니게 지금은 '펭수 작가'로서의 역할에 치우진 감은 없지 않아 있어 보이지만 말이다. '그래, 젊음이란 이래야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그녀의 에세이를 보며 들게 되었다.

 

그런 그녀와 달리 말 그대로 내향적 인간이었던 나는 나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공벌레마냥 안으로만 꼭꼭 숨어버렸다. 누군가가 살짝 건드리면 도망가기 바쁜 그 공벌레처럼.

 

지금은 아이 둘의 엄마가 된 지금, 성격도 변해간다. 쓸모없는 농담도 하고 상대방의 말에 파안대소하며 웃기도 하고.

나는 왜 나 자신을 드러내길 겁내했던 것일까?

알고 보면 모두들 나에 대해 궁금해하며 환대해 줄 사람들이었는데 왜 거리감을 두려 했던가?

수많은 질문들이 내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내향형 인간의 농담'책에서는 펭수 작가 염문경이 배우가 되기를 결심하고 연극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사회 초년생, 배우 지망생이 겪었던 예술이라는 명목하에 벌어졌던 사회고발을 또한 보여주고 있다. 몇 해 전 우리 사회에 떠들썩했던 미투 운동, 예술이라는 명목하에 벌어지는 그 이면의 너무나 잔인한 인격 모독을 직간접적으로 겪어보기도 한 그녀였다. 때로는 침묵하고, 또 고발하고 그러면서 그 자리를 지켜냈다.

 

그랬던 그녀가 말한다. 주제도 모르고 욕심이 많아서라기보다 주제를 너무 알아 뭐든 듣고 배워보려는 자세 때문에 각종 버라이어티 한 낚시에 걸려드는 것이라고.

 

그러니 우리는 누구도 미투 운동의 피해자가 된 그녀들에게 질타할 자격은 없을 것이다.

 

 

 * 공감가는 페이지, 마음을 툭 치고 가는 쓸모있는 농담 

 

나는 내게 퍼붓는 악담에 일말의 진실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오만 가지 경우의 수를 되짚으며 괴로워하지만 정작 아무 말을 퍼부은 상대는 하루도 곱씹지 않으리라는 것을. (p.34)

 

어려워도 신중하게 차분히 걷자. 자연스레 내 온도에 맞는 사람들이 찾아와줄 때가 분명, 올 테니 (p.156)

 

친절에는 품이 든다. 주는 만큼 매번 돌아오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대부분의 순간 친절하려 애쓰는 것은 어쩌면 짐작하기 때문이다. 저 사람 역시 힘겨운 싸움 중이라는걸. 지금 눈에 보이진 않을지라도, 당장은 내가 더 힘들지라도 말이다. (p.208)

 

소설을 쓴다는 건, 무언가 만든다는 건, 누군가 발견해 주길 바라며 내 흔적을 담아 배를 띄우는 것 같은 일이라고. (p.216)

 

 

책을 읽으면서 내향형 인간인 작가 염문경이 전하는 농담에 웃기도 하고 공감도 하는 시간을 보냈다. 의도치 않게 열 살 펭수 덕분에 그간 겪어보지 못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그녀지만, 언젠가는 온전히 그녀만을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향형 인간이 쓸모 있는 농담을 할 수 있는 조금은 더 포용적인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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