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짐에 따라서 태도가 달라지고, 그게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처럼, 말가짐도 마찬가지다. 말에 대한 숨고르기를 통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꿀 수 있다.말은 대체로 기술적으로 설명된다. 어떤 단어가 어떤 효과를 주고, 어떤 말투가 어떤 느낌을 주는 지에 대한 연습만 가득하다. 하지만 말을 태도 자체로 해석하는 순간 말하기에 대한 담론은 전혀 다른 주제가 된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부터 말이 시작되는가? 이게 이 책이 담고있는 핵심이다.물론 기술적으로 유려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일상의 대화에서 말은 소통 그 자체이기 때문에 어떻게 말하냐보다 어떤 말을 하느냐가 중요해진다. 서로 즐거운 대화야말로 가장 성공한 말이다.저자는 말하기에 대한 연마를 위해 문장 수집을 추천한다. 우리이겐 이미 필사라는 단어가 있지만 문장 수집은 기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용을 위한 연습이다. 내가 좋다고 느낀 문장은 결국 내가 원하는 생각을 담고있기 때문이고, 그 생각은 사실 나에게도 있는 생각이다. 아직 말로 표현된 적 없을 뿐. 내 안에 있는 이 생각의 흐름을 말로 꺼내기 위한 고리, 이게 바로 문장 수집이다.내가 이 책에서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말하기에 대한 조언이 아주 실제적이고 가볍기 때문이다. 거창한 기술보다도 내려놓기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대화에 대한 즐거움을 잊지말라 말한다. 말하기의 목적이 소통과 행복이라는 부분을 상기시켜준다.책은 마지막으로 침묵에 대해 다룬다. 침묵은 빈 공간이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다. 그렇다. 말하기엔 늘 듣기가 동반되는 법이다. 어쩌면 침묵의 시간이야말로 말하기가 가지는 가장 큰 효과일지 모른다. 우리는 돈으로도 시간으로도 타인의 마음을 살 수 없다. 마음으로, 그 마음이 표현된 말로 또다른 마음에 닿는 것 뿐이다.마음은 생각을 담고, 말은 마음을 담는다. 정렬된 마음으로 정렬된 말을 품을 수 있다. 모든 마음이 마찬가지다. 가끔은 말의 정렬이 마음의 정리로 역류하기도 한다. 마음의 길을 찾는 방법은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다.
허풍담이라는 제목이 아주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나오는 모든 인물이 괴짜고 심지어 일어나는 일들마저 무엇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괴짜들의 일상이란 이런 거다. 오두막에서 곰을 마주치고, 북극에서 닭을 산책시키고, 모든 걸 까먹는 만큼 모든 걸 떠올린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을 북극의 사냥꾼들은 모부터 가라는 것으로 알아듣는다. 그 과정 중에 효율적인 직진을 택한 사람보다 더 장대한 즐거움을 얻는다.⠀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즐거운 장례식 파트가 제일 재미있었다. 얼어버린 시체와 생전 즐거워하던 카드게임이라니! 어쩌면 평범한 슬픔의 장례식보다 더 추모적일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있어서 즐거웠고, 당신이 있어서 행복했다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주는 것이니 말이다.⠀전체적으로 위트 있지만 모두의 취향에 맞을 거라 장담하진 못하겠다. 나에겐 여러모로 아쉬웠던 책. 다만 시리즈가 계속 될 거 같으니 은근히 하나씩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출판사에서 책을 선물받았습니다.⠀
환경과 산업의 조화에 관심이 많은 창비에서 신권이 나왔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은 패션 산업이 가지고 있는 반지구적인 면과 이를 실제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책이다.평소 나는 옷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특히 성인이 되고나서 옷을 사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한창 옷 값이 떨어진 것이 크게 한 몫했다. 만원짜리 티셔츠와 이만원짜리 바지는 쉽게 사고 쉽게 버릴 수 있다.어디선가 대충 옷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물의 양을 보고 충격받은 적은 있지만 그래도 옷사기를 멈추지 않았다. 조금 더 뒤에 그 물의 양이 생각보다 더 엄청나다는 것을 알았고 이후에 옷 사기에 망설임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옷의 '일회용품성'을 줄였을 뿐, 그래도 옷 사기를 멈추지 않았다. 잘 사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책을 보면서 소소하게 충격받은 부분이 많은데 매년 800억 벌의 옷이 팔린다는 것 또한 그렇다. 아니 세상에! 생각해보면 그렇다. 한 사람이 한 달에 한 벌씩 옷을 산다고 생각했을 때만 계산해도 엄청난 양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 이상이라니! 이 수치에 내가 기여하는 바가 생각보다 클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숙연해졌다.그렇다면 우리는 옷을 어떻게 대해야할까? 옷은 물건이다. 사람은 물건과 '관계 맺기'를 해야한다. 잠깐 미니멀에 대한 언급도 나오는데, 결국 나와 물건의 관계를 진실되게 성립하라는 얘기다. 대충 하나쯤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닌, 이 물건이 나에게 오는 것을 통해 새로운 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옷과 맺는 건강한 관계다.책에서는 동물 산업도 빼놓지 않고 다룬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챕터다. 이제는 그 누구도 대놓고 모피를 소비하지 않는다. 패딩류에서는 아직 사용률이 어마무시하게 높지만 겉으로 완전히 동물털이 노출되는 패션은 비난 받는다. 하지만 가죽은 어떤가?나는 가죽을 육식 산업에 딸려오는,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지만 가죽은 이 논리보다 더 큰 존재다. 고기가 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발생되는 부산 산업은 육가공 시장의 10%를 차지하며 그 중에 반은 가죽이다. 즉 하나의 동물을 해쳤을 때 표피로 얻는 수익이 5%라는 거다. 이건 그 어느 고기 부위보다 크다. 그저 '떨려오는' 것 이상이다.가죽은 털을 제거한 모피다. 이 소제목을 보고 정말... 아주... 놀랐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었음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모피 생산 과정에서의 학대성에 주목했을 뿐 육식 산업과 환경이라는 본질적 문제는 보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요즘은 비건 가죽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나는 어차피 이게 가죽보다 못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위에 말했듯 어차피 나오는 가죽을, 꽤나 필요한 구석에 쓴다면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아주 안일한 생각이었다.그간 나는 나름하지만 산업의 세계는 그렇지 않아서, 환경의 이름을 달고 자연을 판다. 스타벅스는 리유저블 컵을 필두로 이 산업에 앞장서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컵으로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결국 10회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컵'일 뿐이다. 소비자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빈티지를 사랑해왔다. 친환경의 이름을 달고 생산되는 모든 물건들은 어차피 '생산'의 과정에서 오염을 동반한다. 결국 안사는 게 제일 좋다는 것이다.옷을 좋아하거나, 옷을 구매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 번씩 읽어보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쉽고 빠르게 읽히지만 본질적이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나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창비로부터 책을 선물받았습니다.
『가장자리』는 리디아 유크나비치의 단편소설로, 가장자리에 자리잡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있다. 어떤 이는 어릴 때부터 몸을 팔았고, 어떤 이들은 정신을 팔았다. 때문에 비어있는 구석에는 어찌 알고 찾아온 것인지 귀신처럼 타인의 억압이 삽입된다. 삽입된 타인의 자아는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누군가는 안도를 누군가는 폭력을 누군가는 고통을 느낀다. 그게 어떤 것이든 우리는 자기의 몸이 아닌 그것을 거부한다. 이 거부감을 풀어가는 방식에서 작가 특유의 위트와 절망감을 느낄 수 있다.특히나 작가는 신체에 주목한다. 신체에서 정신으로의 경로를 아주 명확하게 증언하며 삶에서 겪은 성적 억압을 폭로한다. 성이라는 것은 너무나 모두가 가지고 있고, 뺏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 크게 착취된다.몸과 언어, 정신과 성은 인간이 온전히 '지닌 것'이기에 결국 최후의 자산이 된다. 가장자리의 사람들은 이 기본적인 기능을 감당하며 살아야한다. 숨을 쉬는 것을 항상 인식하는 삶, 그게 가장자리의 삶이라고 작가는 말한다.세상의 사정 앞에 선 여성들은 결국 남는 흉터로 본인들을 인식한다. 세상은 몸을 가진 죄로 몸을 감당하는 책임을 묻는다. 모두가 지구는 둥글다고 말하는 지금, 가장자리의 사람들은 알고있다. 오늘도 지구는 평평하다는 것을.×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