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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이야기 1 - 전쟁과 바다 ㅣ 일본인 이야기 1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인 이야기의 첫 번째 책은 16~17세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 국내의 통일 전쟁 과정, 유럽 국가들과의 교류, 조선과의 문제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유럽이 대항해시대를 맞이하던 시절 일본은 전국시대였다. 일본열도는 수백, 수천 개의 단위로 쪼개져서 서로 싸우고 있었다. 자치 정부를 세우고 각자 세력을 유지하던 중앙집권 국가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었다. 덴노와 쇼군은 외부세력에 맞서고 국내를 안정시키기에는 정치, 군사적 실력이 부족했다. 유럽이 남아메리카를 정복한 과정을 보면 스페인이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도착했을 때 아즈텍제국과 잉카제국은 주변 국가들과 전쟁을 하던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은 아즈텍과 잉카에 맞서는 다른 나라들과 동맹을 맺은 덕분에 쉽게 중남미 대부분을 정복할 수 있었다.
유럽이 일본에 접근할 당시 일본도 아메리카나 아프리카와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유럽이 본격적으로 일본에 손을 뻗치는 16세기 중반에는 분열에서 통합으로 바뀌었다. 다이묘들이 세력을 넓히며 수많은 전쟁을 경험하고 유럽의 신무기인 조총을 수입하며 나중에는 조총을 자체적으로 대량생산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일본에 나타난 유럽 세력은 선교사였다는 것이 행운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군사 집단이었다면 유럽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오늘날의 일본도 없었을 것이다. 일본이 교류한 나라는 네덜란드였다. 정치, 군사적으로는 쇠퇴기였지만 유럽 의학의 중심이었기에 의학, 천문학, 회화 등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유럽 세력이 위협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유럽이 선진적인 국가로 판단해 유럽 배우기 운동인 난학을 시작하게 된다. 겹치는 행운과 준비를 통해 일본은 후일 식민지가 아닌 제국주의 국가로 탈바꿈하게 된다. 행운을 잡기 위해서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강렬한 의지를 끈기 있게 유지해야 한다. 이 같은 의지는 메이지유신으로 다시 증명된다.
16~17세기 북동 유라시아의 동쪽 끝에서 중화 문명권, 인도 문명권, 유럽 문명권의 경계 지역에 있는 일본은 변경국가로서의 가능성을 누릴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16세기에 경제적으로 성장한 피지배 집단이 불교 이념을 내세우고 저항운동을 일으킨 것처럼 17세기 일본이 변경국가로 성장했다면 피지배층이 그리스도교 이념으로 무사 계급의 지배를 전복시켰을 것이다.
가톨릭 신앙이 일본 지배층까지 전파되었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무사 집단을 보호하고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쓰시마, 나가사키, 사쓰마, 마쓰마에 네 개의 창구만 열어 놓는 일본의 국가 성장을 멈추는 쇄국정책을 시행한다.
일본도 조선처럼 가톨릭 선교를 무자비하게 탄압하였다. 수많은 신부와 신자들을 참수하고 유배시킨 것이 그 증거다. 유럽의 선교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떴지만, 지배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탄압했다는 반전이 있다. 서양의 기술을 통해 나라를 통일하고 더 나아가 임진왜란을 일으켜 명나라까지 지배하려 했지만, 능력의 한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무사가 중심이 되며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강요하는 과거제도가 없었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했다. 이 점은 일본이 자랑하는 장인정신의 토대가 되었다고 본다.
일본의 역사는 우연과 준비의 결합이었다고 본다. 중국에 문화를 공급받던 변방의 나라가 임진왜란을 일으켜서 조선과 명나라를 놀라게 하고 이후 세계의 중심 유럽과 맞선 아시아의 유일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을 아는 것이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