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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임금님 납시오
강혜숙 지음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7월
평점 :
<업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이들에게 "도깨비가 뭐야?"라고 물으면
보통 머리에 뿔이 나고 몽둥이를 든 무서운 괴물을 떠올리곤 하죠.
하지만 강혜숙 작가님의 그림책 《도깨비 임금님 납시오》(초록귤)를 펼치는 순간,
우리가 알던 도깨비에 대한 고정관념이 기분 좋게 깨지네요!
밝은 주황빛 표지에 정성스러운 판화 느낌의 일러스트가 눈을 사로잡는 이 책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한국적인 옛이야기의 참맛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매력적인 작품이예요.

"빗자루도, 솥뚜껑도 다 도깨비라고?"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 하나 들어 볼래?"라는 다정한 질문으로 시작해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있다며 호기심을 유발하더니,
곧이어 우리 생활 속 친근한 물건들을 도깨비로 소개하네요
마당을 쓸 때마다 머리카락을 쪽쪽 뻗치는 빗자루
어둑해지면 나가서 씨름하자고 덤비는 부엌의 솥뚜껑
할머니가 쓰시는 빨래방망이와 책상 위 호리병, 벼루
일상에서 늘 보는 물건들이 저마다의 생명력을 가지고 도깨비로 변신하는 설정 덕분에,
아이들은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집 빗자루도 도깨비 아니야?"라며
신나서 집 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게 되네요.

이 책의 진짜 재미는 도깨비들의 천방지축 행동과
꾀 많은 아이의 지혜가 맞닿는 지점에 있어요
"임금님은 머리에 커다란 왕관을 쓰고 맛있는 걸 먹는다"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도깨비들은 서로 왕관을 만들며 "내가 임금 하겠다"고 우기기 시작해요.
아이는 다음 보름달이 뜰 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가져오는 도깨비에게 임금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하죠.
그때부터 도깨비들의 황당하고 유쾌한 보물 모으기가 펼쳐져요.
문지르면 금은보화가 나오는 요술 구슬, 머리에 쓰면 안 보이는 투명 감투, 심
지어 저승까지 가서 염라대왕의 '업경대'를 가져오기도 하죠.
결국 아이는 도깨비들이 힘들게 찾아온 보물 보따리를 풀어놓고,
자신만의 기지로 도깨비들을 다루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요.
구전 설화 특유의 해학과 통쾌한 반전이 만화적 구성과
어우러져 페이지가 정말 훌륭하게 넘어가요.

그림책에서 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림인데요,
이 책은 주황색, 파란색, 흰색 등 제한된 색상 대비를 활용해
한국적인 미와 현대적인 감각을 동시에 잡았어요.
페이지 곳곳에 말풍선과 컷 만화 형식의 배치가 섞여 있어,
글씨를 읽는 데 서툰 아이나 집중력이 짧은 아이도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할 수 있어요.
모자 하나, 부채 하나에도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살아있어
그림 구석구석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도깨비 임금님 납시오》는 옛이야기의 정겨움에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연출을 더한 보기 드문 명작 그림책이예요.
한국 전통 민담과 도깨비 이야기를 친근하게 접해주고 싶을 때
상상력이 풍부한 초등학교 저학년 및 유치원 아이에게
뻔하지 않고 스토리가 유쾌한 그림책을 찾으시는 부모님께
오늘 밤, 아이 손을 잡고 도깨비들이 펼치는 우당탕탕 보물 찾기
이야기 속으로 함께 떠나보시는 건 어떨지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