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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쫌 본 세계사 - 고추와 후추, 향신료가 바꾼 역사와 문화 이야기 ㅣ 십대의 교양 2
이영숙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7월
평점 :
<업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무심코 치는 후추 한 꼬집,
찌개에 넣는 고추 한 조각이 인류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꾼 주역이었다면 믿어질까요?
이영숙 작가의 『매운맛 쫌 본 세계사』는 단순한 음식 이야기를 넘어,
자그마한 향신료 알갱이에 얽힌 인간의 욕망과 문명의 충돌을
흡입력 있게 풀어낸 지적이고 흥미로운 역사 교양서로 소개하고 싶어요.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대목은
단연 '파라오 왕의 콧속, 후추 한 알'에 관한 이야기예요.
1976년 프랑스 연구진이 람세스 2세의 미라를 엑스레이로 검사하던 중
콧속 깊은 곳에서 발견한 동그란 물체들이 다름 아닌
후추 열매였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고대 이집트에서 생산조차 되지 않던 후추가
멀리 인도에서 건너와 파라오의 영생을 비는 신성한 의식에 쓰였다는 점은,
이미 기원전부터 향신료를 둘러싼 거대한 동서양 교역과
문화적 흐름이 존재했음을 직관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죠!

책은 이어 중세 유럽을 뒤흔든 후추의 ‘자산화’ 과정을 밀도 있게 파고들어요.
아랍 상인들이 퍼뜨린 신비로운 동방 전설과 오스만 제국의
무역로 장악은 후추 가격을 여덟 배 가까이 폭등시켰어요.
사람들은 더 이상 순수하게 맛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날의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처럼 자산을 늘리고
부를 증식하기 위한 수단으로 후추를 사 모았어요

이 끝없는 탐욕은 바다 건너 작은 섬들까지 잔혹한 전쟁터로 몰아넣었어요.
정향과 육두구의 본거지였던 인도네시아의 말루쿠 제도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섬들'이라 불렸지만,
도리어 서구 열강의 무자비한 약탈과 살육으로 피비린내 나는 '자원의 저주'를 겪어야만 했죠.
이 책의 진짜 매력은 교과서적인 역사적 사실을 단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후추와 고추, 향신료라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세계 지도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일깨워 준다는 점에 있어요.
재치 있는 일러스트와 흥미진진한 도판 덕분에 가독성이 매우 뛰어나며,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몰입해 읽을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우리가 매일 맛보는 ‘매운맛’ 뒤에 숨겨진 인류의 욕망과 피로 물든 역사를 알고 나면,
식탁 위 후추통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보일것이예요.
역사와 음식 문화사에 관심이 있는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