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강변
임미옥 지음 / 봄봄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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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일화에 중국 '삼천'에서 만난 북한 청년 이야기가 나왔다. 북한 사람을 떠올리면 딱딱하고 마치 감정을 억제하는 모습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저자가 이 청년을 표현하기를 첫인상은 그랬다. '신념도 꿈도 없는 것 같은 휑한 눈동자, 도무지 감정이란 없는 만경 벌판을 지나는 겨울바람 같은 한기가 느껴졌다.' 그렇다. 딱 이런 느낌이다. 티브이에 나오는 다수의 북한 사람들은 정말 이런 느낌을 주는데 자식 이야기라던가 애인 이야기가 나올 때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다. 그런 인간적인 감정들을 북한 말로 표현하는 언어들이 생소하고 우리말이지만 참신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책 속의 청년도 좋아하는 사람 이야기로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는 것을 보니, 참 기분이 몽글몽글 좋아졌다. 남녀노소 국적 불문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감정들은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누구나 누군가를 사랑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하고 또 행복이란 감정을 느낀다. 이 사랑의 정의란 흔히 말하는 애인愛人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이성이나 동성 외에도 가족이나 친구 반려동물이나 반려 식물 등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라 표현하고 싶다.

"첫딸을 왜 살림 밑천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이 말은 저자의 첫 딸을 낳은 아들이 한 말이다. 예전부터 어른들이 하는 그런 흔한 말씀이 아니었다. 제 딸이 태어난 후부터 직장에서 야근근무를 해도 힘든 줄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보고 너무 공감되어 웃음이 났다. 그러면서 일을 더하다 모으게 되었으니 말 그대로 자기에게 살림 밑천이 아니냐는 의미였다. 그 말이 공감된 것이, 나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신생아 때부터 백일이 넘도록까지 이삼십분을 연달아 자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으로 그렇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 물론 잠을 못 자서 좀비 같은 표정과 얼굴로 살아있어도 산 것 같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견딜 수가 있었다. 그것만으로 다 괜찮았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힘들고 불행한 일이다. 세상이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지만 인간이 느끼는 그런 감정들은 사랑이란 감정 앞에서는 다 너도나도 별반 다르지 않는 내가 되는 것 같다. 동물도 그렇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나은 것이 동물들은 제 새끼를 키우며 제 소명에 목숨을 바쳐서 최선을 다해 키운다. 사랑이라는 말에 히틀러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왔다. 그가 사랑을 받고 행복하고 다복한 가정에서 자랐더라면 그는 우리가 아는 히틀러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까? 저자처럼 나도 무척 궁금해지는 문구였다. 사랑이란 뭘까에 한참을 내 추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를 사랑해서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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