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이 나를 새길 때
김지운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파문: [명사] 1. 수면에 이는 물결. 2. 물결 모양의 무늬. 3. 어떤 일이 다른 데에 미치는 영향.  

 

여름부터의 긴 방황을 잠재워 줄꺼란 기대감으로 김지운님의 새책을 펼쳤습니다.

발랄하고 가벼운 내용은 아닐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주 무진의 분위기가 처음부터 범상치 않았거든요. 하지만 살짝 무겁고 잔잔한 이야기들 가운데 무진과 여주 연하의 대화들은 쓴 한약을 마시고 난뒤 먹는 달콤한 사탕처럼 쓰디쓴 걱정들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사랑해도 결국엔 괜찮을꺼다... 라는 앞선 안심까지 하면서 말이예요.

 

안타까운 재경의 사랑도, 그걸 지켜봐야 하는 무진과 연하... 그리고 가족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지만 이기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는 무진과 연하가 더더더더 안타까워 마음이 아팠어요. 깨알같이 많이 남은 무진과 연하의 삶들이 환유의 호수에서 본 안개처럼 아득하기만 할게 뻔하니깐...

 

파문이 나를 어찌 새긴다는 걸까?

파문이라는 단어가 가진 뜻중에 어떤게 해당되는 걸까?

제목의 뜻이 궁금하긴... 처음이었어요. 파문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볼정도로 말이예요.

하지만 금새 이해를 할수 있었습니다.

연하가 무진에게 보여주던 뽀얗게 웃는 웃음...

무진에게 이야기를 하던 연하의 꽃봉오리 같은 입술...

연하가 흘린 퀼트천 한조각...

연하의 하는냥이 마냥 안쓰럽던 무진의 마음들... 이 모든것이 파문이 되어 무진에게 새겨진

거였어요.

연하의 모든 행동들과 이야기들이 수면에 이는 물결처럼 잔잔하게 그 무늬 그대로 새겨져

버린거죠...

그래서 이책의 파문은...모든 파문의 뜻을 함축하고 있구나... 라고 혼자 결론을 지었습니다.

무진이 너무 너무 힘들고 아프겠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요...

 

무진의 이야기에 "그죠" 라고 대답하는 연하의 모습이 많이 나왔어요. 어떤 억양으로 그죠... 라고

얘기하는 건지... 혼자 중얼거려 보기도 했어요. 차분하지만 밝은 음성이었을 꺼란 생각에 제가 내뱉는 그죠... 는 모두가 아닐것 같더라구요. 무진에게 많이 의지하고 기대던 연하의 마음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던 대사가... 그죠... 였던것 같아요.

 

리셋하고 싶은 삶의 어느 부분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작가님도 그러하다고 하셨고...

연하에겐 그런 마음이 아마 더 절실했던 모양이예요.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내용의 전개에 당황스러웠던 마음도 잠시... 연하가 그렇게 기억을 리셋 했다는 것이 다행스럽기만 했어요. 무진의 마음은 더 했을테고 자신만을 기억해준 것에 얼마나 기뻤을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 고맙기까지 하더라구요.

살면서 문득 문득 기억이 나더라도 견뎌 낼수 있을꺼란 생각이 들어요.

호수처럼 모든걸 감싸안아줄 무진이 곁에 있으니까요...

 

저도 그렇겠죠... 리셋하고 싶은 부분이 분명 있지만 내내 떠오르는것이 아닌 까닭은 그런 것들을 잠시 잊게 해줄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기 때문일 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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