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수레바퀴 밑에서 - High Class Book 6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육문사 / 1995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난 어린 시절 신나게 놀던 때를 적은 소설 같다는 낌이 들었다. 근데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낚시를 즐기고, 토끼와 자연을 사랑하는 섬세한 감성의 소년이다. 그는 어머니를 여의고 평범한 중개업자인 요제프 기벤라트 씨의 아들이다. 하지만 아버지와는 달리 한스는 마을에서 알아주는 수재였다. 게다가 노력도 엄청나게 하는 그는 교장을 비롯한 모든 선생들과 목사에게 사랑 받는 소년이었다.

한스는 주에서 치르는 골 아픈 시험을 앞두고 머리에 불나게 공부를 하고 있었다. 다른 소년들은 숲을 뛰어다니거나 냇가에서 고기를 잡으며 놀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그런 것도 없었다. 학기중이든 방학이든 한스는 죽어 라고 공부만 했다. 그래서 드디어 대망의 시험 날이 되었다. 시험을 치고 난 한스는 불합격이라고 생각하고 상심에 빠졌다. 근데 알고 보니 합격이었다. 그것도 2등으로 말이다. 신학교 생활은 엄격하고 고되지만 그는 비교적 잘 적응하여 좋은 성적을 유지해 나간다. 어지간이한 한스도 이번엔 좀 신나게 놀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한스는 다시 공부에 열중했고 신학교 입학식을 치뤄야했다. 8년 동안 공부하면 목사나 선생이 된다. 그러면 출세까지는 못해도 이웃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으면서 물질적으로도 별 부족함 없이 살수 있다. 한스는 신학교에서도 역시 우등생이 되길 원했기 때문에 여전히 불나게 공부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나자 그에게 하일너란 단짝 친구가 생겼다. 근데 그 친구가 문제였다. 문학소년인 하일너는 천재적이고 반항적이었고 규칙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그는 신학교 선생들의 위험인물 리스트에 0순위로 올라 있었다. 하일러는 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결국 둘의 사이가 좋지 않게 된다. 그리고 동료 몇 명이 자살을 하고 힌딩거가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사고로 죽는 것을 보고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크고도 중대한 변화는 한스의 몸이 계속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경쇠약 상태까지 가게 된 한스는 결국 성적은 자꾸만 떨어져 갔다. 수업시간에는 멍청히 있게 되었고, 결국은 쓰러지기까지 했다. 지적을 받아도 의식하지 못했고 성적은 드디어 바닥을 긁게 되었다. 하지만 선생들은 그런 한스를 이해하고 돌봐주지 않았다. 오히려 잔소리하고 비난했으며, 윽박질렀다. 그는 결국 기계공으로 취직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그러나 죽음 역시 예고 없이 찾아왔다. 공원이 된 한스가 급료를 받아 친구들과 함께 놀다 돌아오는 길에 익사했던 것이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에 처음 마신 술이 더해져 발을 헛디딘 한스는 영혼이 떠나버린 빈 육체로 집에 돌아왔다.

선생들은 한스를 이해해주지 않았다. 배려도 해주지 않았다. 친구가 나쁘다며 떼어놓으려 했고 몸이 약해져 집중력이 떨어진 한스를 더 혹독하게 공부시켰다. 그래도 안 되자 비난하고 윽박지르는 등 구박만 했다. 아직 어린 소년인 그에겐 친구가 있어야 했고, 선생님의 자상하고 따뜻한 배려가 있어야 했고, 숲속을 뛰어다니며 노는 것도 필요했다. 한스의 모습을 보면 오늘의 우리들 모습들과 닮았다. 불법과외에 입시 과열로 어두캄캄한 밤이 되야 집에 들어오는 데다, 친구는 죄다 경쟁자여서 끌어내리려고 만하고 학교에선 수행평가에 시달리는 데다 웬 벌점제까지 따라붙고, 왕따가 되어 전학 다니고,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도 많고 ... 한스가 자유롭게 성장하지 못하고 부모님에 의해 정해진 환경에 시달려 죽게 너무너무 안스럽다. 우리 교육이 개성과 능력을 무시하고 모두를 똑같은 형상으로 만들려 하는 것은 그 개인을 힘들게 만들고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것을 알았으면 좇겠고, 우리들도 아이다운 학생시절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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