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배당 - 기본소득으로 위기의 중산층을 구하다
피터 반스 지음, 하승수 해제, 위대선 옮김 / 갈마바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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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에게 '당연한' 경제 운영체제란 다름 아닌 '자본주의'일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해서 잘 돌아가느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파레토 법칙을 훨씬 뛰어넘는 부의 불평등 문제나 환경오염 등을 생각하면 자본주의가 완벽히 다듬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본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으로 사회보장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북유럽형 모델이 있는가 하면 하향식(톱다운 식)의 개선을 기대하는 국가도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하여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연구를 실시하고 있으며 시중에 나온 저서도 다양하다.

 

이러한 저서를 읽을 때 나는 다음 세 가지 항목으로 좋은 책인지 아닌지를 평가한다. 첫째는 주장이 얼마나 참신한가?’이다. 수많은 주장이 제기되고 사장되지만 이전의 주장에서 얼마나 발전되었고 참신한지를 살펴본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국민 전원이 이 나라의 주인이듯 모두 공평하게 한 주씩을 나눠 가지고 배당을 받는다는 개념은 민주주의에 뿌리를 둔 자본주의라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가 있으며 참신하게 다가왔다. 민주주의와 궤를 함께해 온 경제 운영체제가 자본주의라는 사실을 오랜만에 떠올릴 기회였다.

 

두 번째로는 이 책을 읽은 후 독자인 내가 얼마나 설득되었는가이다. 이 점에서는 100점 만점을 주기는 어렵겠지만 그것은 저자의 주장이 허무맹랑해서가 아니다. 사실 이 책은 200쪽 남짓인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보다 나은 내일을 이야기하기에는 분량이 다소 짧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자가 학자라기보다는 실업가여서인지 고리타분한 배경 설명은 빼고 우선 모델을 제시한 후 예상되는 반론을 하나씩 논파하는 형식으로 글을 전개하기 때문에 저자가 그린 그림을 한 톨도 빠짐없이 완전히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조각조각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내용상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보수주의자의 입장과 큰 정부를 주장하는 사람의 입장 모두에서 생각해도 한 쪽이 손해를 보거나 반대 주장을 할 명분이 없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세 번째로는 현실적으로 보아 현대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고칠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두 가지 기준보다는 비중을 높이 두지 않는다. 수백 쪽 남짓의 책 한 권으로 당장 현대 사회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장은 정책 입안자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 점에서 본다면 높이 평가하고 싶고, 후속편 등의 형태로 좀 더 주장과 근거와 예가 단단히 다져진 책을 보고 싶다. 200쪽 남짓으로는 저자가 원하는 것처럼 세상을 바꾸기에 다소 빈틈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모든 점을 종합해서 봤을 때 약간은 아쉽지만, 아쉬운 이유 때문에 더 참신하게 느껴졌고 저자의 다음 저서를 기다리게 되었다.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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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중국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이욱연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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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전체를 아울러 일반적으로 쓰기란 쉽지 않다. 한 권의 책에 한 나라의 포괄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은 이미 출판시장에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모든 독자를 만족하게 하는 책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나도 일본어와 함께한 지 어언 15년에 그중 4년은 일본 현지에 있었지만 그래도 나에게 누군가 이런 책을 쓰라고 하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겨냥한 독자층에 따른 난이도 조절 때문일 것이다. 누가 읽을 것인가에 따라서 얼마나 깊이 있게, 자세하게 쓸 지가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최대한 넓은 층의 일반 독자를 흡수하고자 했고, 연령대가 낮은(어린 학생) 독자층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로 쓰였다. 더운 여름날에 읽은 탓인지, 이 책은 나에게 어린 시절 여름방학 숙제처럼 다가왔다. 해외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한 나라의 역사, 정치, 경제, 문화를 아우른 책 한 권을 읽으며 간접체험을 하고, 그를 통해 세상을 보는 나의 좁은 시야를 탁 틔우는 것. 성인 독자가 읽기에는 깊이가 얕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잠도 오지 않는 여름밤에 시시껄렁하게 시간을 보내는 대신 수박과 선풍기를 벗 삼아 술술 읽어 내려가기에 적당한 책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정보의 신뢰성이다. 저마다 보고 듣고 겪고 느끼지 못한 사실을 서술하기란 쉽지 않다. 편협된 사고는 나쁜 것이 아니라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를 한 번 살펴보자. 학벌이나 직업, 소속이 그 사람의 신뢰성 100%를 나타낼 수는 없지만 판단하는 데 하나의 기준은 될 수 있다. 저자 이욱연은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중국 문학과 문화를 연구했으며, 2년간 베이징사범대학교에서 수학한 사람이다. 그리고 중국의 유명한 문학 작품을 우리말로도 다수 옮겼으니, 양국의 문화를 조화롭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 하면 너무나 '친중'으로 쏠렸다는 점이다. 중국인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닌데 주의해야 할 점이나 단점, 결점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로 서술했다. 좋아하는 국가인 만큼 오랫동안 공부했고 이런 책까지 저술했겠지만 출간물로서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이 점이 조금 아쉽게 다가온다. 저자가 중국에서, 혹은 중국인을 대하면서 고생했던 점을 좀 더 솔직하게 써주었으면 도움이 되었으련만.

 

책으로 잠깐 들어가서 말하면, 나는 '역사'편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상인(商人)'이라는 단어가 '은나라'라고도 불리는 '상나라' 사람에서 나온 말이란 점은 처음 아는 사실이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다만 나처럼 중국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은 중국역사의 발전 과정을 모르니, 간단하게라도 연대표를 넣어주었다면 더욱 활용도 높은 책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문화'편에서 영화가 국영 시스템에 따라서 제작되는 이점만 등장하는 것도 아쉽다. 그런 부분이 전체적으로 글의 분위기를 관통하고 좌우한다. '한중관계'편에서 저자는 박지원의 '이용후생' 정신에 주목하는데, 이 부분을 읽고 '아!'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우리 삶에 이롭고 우리 삶을 두텁게 하는' 나라이니 과와 오도 조금은 긍정적으로 봐주자는 뉘앙스를 감추지 않고 드러냈기 때문이다. 내용상 '한중관계'는 왜 이 부분이 하나의 장을 차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주장을 하려고 그랬던 걸까.

 

분명 단점도 눈에 들어오는 책이지만 읽어서 시간이 아까운 책은 아니다. 여름밤에 할머니 무릎을 베고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어차피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에 가 본 적이 있다면, 혹은 중국인 친구가 있다면 크게 새롭게 와 닿는 내용은 아니다. 내가 10가지 분야에서 8만큼의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아직 접하지 못한 2만큼의 상식을 채워주는 책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2가 아닌 3이나 5, 혹은 과반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책이 대부분 그러하듯 무겁고 불쾌한 책은 아니다. 특히 학생이 읽거나 자녀와 함께 읽고 독후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겸사겸사 나의 부족한 상식도 채워 넣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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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4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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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4학년이 되어서도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경제용어 몇 가지를 알아듣는 정도로 ‘내가 과연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을 느꼈다. 그때 지도교수가 내 고민을 듣고 해주었던 말이 있다. ‘학부 4년은 “경제학”을 배우는 시기가 아니란다. “경제학적 사고”를 배우는 시기이지.’ 실제로 대학을 졸업하고 내던져지듯 나온 사회는 내 생각보다 너무나 복잡해서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알기 어려웠다. 4년 동안 익힌 경제학적 사고는 다원화된 사회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며 살아가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괴짜경제학》은 바로 이런 ‘경제학적 사고’가 무엇이며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책이다. 저자인 스티븐 레빗은 2003년 포춘지가 선정한 ‘40세 미만의 혁신가 10인’에 꼽혔으며, 미국의 ‘예비 노벨상’이라 불리는 존 베이크 클라크 메달을 수상한 천재 경제학자다. 이처럼 최고의 경력을 거쳤지만 정작 자신을 ‘수학을 잘하지도 못하고, 경제지표 계산에도 재능이 없다.’ 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머리를 한 10도 정도는 기울인 채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독특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괴짜와 같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저자가 뜬 구름 잡는 허황된 소리를 늘어놓은 책은 아니다. 분석 과정만큼은 경제학의 원리와 도구를 쉽게 설명하면서 충실히 사용한다.

저자는 ‘경제학은 두서없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보를 신뢰성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강력하고 융통성 있는 도구로 구성되어 있다.’ 라고 말하며 책과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기본 전제를 안내한다. 인센티브, 나비효과, 정보의 우위, 데이터의 파악과 측정이다. 이러한 전제도 간단하고 쉽게 설명한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책 앞부분에서 설명하는 ‘인센티브’다. 이 단어가 경제학 용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영업직 같은 데서 물건 많이 팔면 주는 보너스 같은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것이다. 경제학 용어로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나쁜 일을 적게 하도록 설득하는 수단’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37쪽) 이처럼 경제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미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인센티브는 어떻게 작용할까? 놀이방에 아이를 맡긴 부모가 아이를 데려가는 시간약속을 자꾸 어기자, 몇몇 경제학자들은 시간을 어긴 부모에게 3달러의 벌금을 매기는 방법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스라엘의 한 놀이방에서 실험해 보는데 결과는 예상과는 반대로 부모들의 지각이 도리어 늘어났다. 경제학자들이 부여한 인센티브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실제로는 단돈 3달러에 죄책감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다고 부모들은 생각한 것이다. 이렇듯 경제학자들도 때로는 잘못된 분석과 예측을 한다. 인센티브를 하나의 예로 들었지만, 경제학의 도구를 이해하고,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사고력이 있으면 저명하다는 경제학자의 주장이나 갖가지 정책의 숨겨진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다가도 너무 복잡해서 이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거나 생각조차 하기 싫어질 때, 이 책이 안내하는 통찰력을 따라가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설령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경제학적 사고는 세상을 살아가는 날카로운 시각을 가지게 해 줄 것이다. ‘경제’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한 사람이라면 ‘괴짜’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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