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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늑대처럼
에릭 바튀 지음, 양진희 옮김 / 우리들의행성 / 2022년 10월
평점 :
책표지의 ‘하얀 늑대처럼’이란 제목과 그림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폼을 잡고 서 있는 하얀 동물은 누구일까요? 귀가 길어서 토끼 같은데 검은 배경과 다소 붉은 기운이 감도는 그림에서 어쩐지 약간 두려운 느낌이 들게 해요. 책을 몇 장 넘기면 빨간 색이 감도는 식당 안에 토끼들이 봄맞이 축하 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한 쪽 끝에 앉아있던 토끼가 식탁보를 홱 잡아 당기며 자기 배만 채우기 시작하네요. 우두머리쯤 되거나 힘이 센 토끼인가 봐요. 그런데 그 토끼는 마을이 좁다고 말하며 마을에서 토끼들을 쫓아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키 큰 토끼만 남게 하더니, 다음엔 수염이 긴 토끼, 또 그 다음엔 하얀 토끼만 살아남을 수 있게 했어요. 겨울이 오자 키 크고 긴 수염에 새빨간 눈을 가진 힘 센 하얀 토끼만 혼자 남았어요. 어느 날 그 마을에 키 크고 긴 수염에 새빨간 눈을 가진 또 다른 하얀 토끼가 찾아왔는데 그 새로 온 토끼는 식탁보를 홱 잡아당겨 단숨에 배를 채웠어요. 토끼처럼 보이는 새로 온 토끼는 늑대였고 그 하얀 토끼를 잡아먹고 떠났지요. 더 이상 힘센 하얀 토끼가 보이지 않자 마을에서 쫓겨난 많은 토끼들이 돌아왔고, 당근은 없지만 맛있는 풀이든 맛없는 풀이든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고 해요.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으로 권력과 힘이 주어질 때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생각하고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어요. 또한 너와 내가 다르다고 나 위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형제와 이웃을 존중하고 배려할 때 함께 행복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보게 하는 책이에요. 때로 나도 언제 힘센 토끼처럼 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 거 같아요. 힘센 토끼가 마음대로 할 때는 삭막한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여 모두 한자리에 둥글게 앉아 봄을 기다리며 풀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긴장된 마음이 풀어지고 평안해지네요. 그림책을 통해 우리가 그렇게 변화되어 살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게 하는 책이었어요. 아이들과 욕심과 평화에 대해서 나누기에 좋은 책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