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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주 ㅣ 오늘은 시리즈
이종숙.박성호 지음 / 얘기꾼 / 2015년 7월
평점 :
어릴 때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직장 생활을 하시느라 늘 바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와
남동생)를 데리고 참 많은 곳을 여행하셨었다.
전국 방방곡곡 구석구석 데리고 다녀주셨는데 어릴 때의
일이라 장소가 모두 어디
어디였는지는 사실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러나 그 기억만큼은 오래오래 남아 내 마음을 늘
풍요롭게 채워주고 있다. 그래서 나도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참 컸는데 그게
마음처럼 안되는 일이더라. 여의치 않을 때가 더 많아서
마음속엔 늘 미안함이 있다. 나보다 더 바쁘셨을 부모님이 우리 남매를 위해
헌신하셨던 걸 생각하며 새삼 감사하고.
그렇게 다녔던 곳 중에 아주 큰 기억의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경주이다. 경주에서 보았던 모든 것들이 내겐 참으로 특별하게 다가왔었다.
그때 나는 많이 어렸었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이 어찌나
강렬한지 언제나 경주에 가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한데 정작 휴가를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경주에 갈라치면
애들이 너무 어린데 그런 데 가서 무슨 즐거움이 있겠냐며
아이들 좀 더 자라면 가라던가 혹은 이곳에서부터 너무 멀어서 가기 쉽지 않다는 반대에 번번이 부딪힌다.
'아니 나도 그렇게 어릴 적에 갔었다 이 말이지. 그리고 그 기억이 지금까지도 아주 특별하게 남아 있단 말이지. 그 후로
수학여행이니 뭐니 하는 이유로도 몇
번을 갔지만 갈 때마다 더 좋았다 이 말이지. 그런데 왜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책을 읽었다. 경주에 관한 책이라면 일단
한 번쯤 펼쳐보고 사진이라도 눈에 담아 본다.
내가 이번에도 <오늘은 경주>를 펼쳐놓고
있었더니 다음에는 꼭 가자고 하긴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어쨌거나 열심히 읽고 가고 싶은 곳에 미리 마음이라도 대신 가본다.
크리스천인 내게 있어 경주는 외국처럼 여겨질 정도로 낯설고 내가 속한 문화와
달라 보여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열심히 읽었던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같은 책 때문에 더더욱 그곳에 관심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내가 가 본 경주는 정말
유명지(?) 몇 곳에 불과했다는 사실이었다. 학교 다닐 때도 그리고 가족과도 몇 번 갔었지만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곳엔 꼬박꼬박 들르게 되는 반면 그 외의 지역은
알지 못해서도 못 갔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경주가 얼마나 여행자들에게 풍성한
곳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해 주었다.
<오늘은 경주> 의 부제는 자발적 학습
여행자의 경주 이야기이다.
자발적 학습 여행자라니 아아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라..
여하튼 그런 마음으로 경주를 여행하며 쓴 이 여행
에세이는 여행안내서와는 좀 다르다. 어느 지역을 소개할 때 그곳에 어떻게 찾아가고 주변에 뭐가 있고 어떤 코스로 어떻게 돌아봐야 하고 놓치지
말고 봐야 할 볼거리를 알려 주고.. 이런 것들은 없다.
하지만 애정을 담아 찾아간 여행지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에서 느껴지는 맛과 즐거움이 있었다.
가까운 지역끼리 묶어 10구간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는데
각 구간별로 여섯에서 열 두 곳씩을 세분화여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이사이 사진도 아름답고 글도 아름답다. 다른 건 몰라도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장소마다 길지 않게 이야기들을 들려주어서 잘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나도 언젠가 이곳을 여행하게 된다면 이렇게 기록으로
자분자분 남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