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영어회화 표현훈련 1
심재원 지음 / 사람in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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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면 영어지 비즈니스 영어회화가 따로 있겠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회사라는 곳을 한번도 다녀본 적 없었던 나는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영어회화에 관한 책은 정말 많고도 다양한데 나는 늘 욕심만 많아서 글씨가 깨알같이 적힌 아주아주 두꺼운 영어회화사전을 샀더니 도대체가 너무 어렵고(나는 말이 길어지면 다 어렵게 느껴짐. -_-+) 길기만 하고.. 그렇게 긴데 막상 내가 하고 싶은 말 표현은 여전히 어찌 하는지 모르겠고 막.. 그래서 책꽂이에 장식처럼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지 오래.. 그래서 그 후론 내 주제를 파악하고 가장 쉬운 표현 위주로만, 일상생활영어만 봐 왔는데 문득 비즈니스 회화란 것이 궁금해진 것.

영어든 다른 무엇이든 기초부터 차근차근 정도를 밟아가며 배워야 한다는 고지식한 생각을 갖고 사는 편인데 영어만큼은 가리지 않고 영어와 관련된 책이란 책은 일단 다 읽고 본다. 그만큼 열의는 있는데 문제는 그 책들이 한글로 되어 있어서 그랬는지 공부법만 쏙 빼먹고 정작 공부는 안 한 탓인지 나는 어째 영어책을 읽어도 늘었으면 싶은 영어는 안 늘고 우리말만 는다.

어쨌거나 비즈니스 영어회화 책을 처음으로 보았는데 이 책을 보며 생각한 것은 주로 생활하는 곳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을 자꾸 반복해서 사용하다보면 조금씩 유창하게 늘어가는 게 가능하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어느정도 영어를 배운 사람들 중에서 얼른 입에서 영어문장으로는 안 나오고 머릿속에서 맴맴 도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자기 할 말만 할 줄 알고 듣는 건 못 알아 들으면 문제가 되겠으나 이 말들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정도면 듣는 건 더 나을 것이라는 추측이 되는 바, 영어를 알긴 아는데 마땅한 표현력이 얼른 떠오르지 않거나 뭐라 말해야 하는지 잘 모를때 이 책들을 꾸준히 공부하고 익히고 말하기를 따라하다보면 비즈니스 뿐 아니라 영어 회화에 있어서도 도움이 분명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마중물 같은 영어 책 느낌. 암튼 이 책은 비즈니스에 있어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회화를 수록하고 있는데 총 10개의 상황으로 나누어 다양한 표현들을 담고 있다. 일상 출퇴근 인사, 지각, 조퇴할때. 업무, 미팅, 행사 등의 일정을 공지할때. 사무기기 사용법을 묻거나 답할 때. 직원들과 가벼운 스몰 토크를 나눌 때. ... 등등. 직장에서 할 법한 말들이 들어 있어서 직장인에게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구성은 맨 먼저 공감 문장을 찾아라 하는 파트부터 나오는데 여러 문장 중 자신이 말하고 싶은 공감 문장에 체크하고 주어진 단어를 활용해 영어로 말해보기를 하는 란이다. 나는 죄다 해 보았는데 고맙게도 단어가 몇 개 주어진 덕분에 그 단어들을 집어 넣어 문장을 만들어 보기가 수월했다. 그렇게 내가 먼저 문장을 완성해 본 후 뒷면으로 넘어가면 앞 장에서 제시했던 문장들을 영어로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것을 읽어보며 내 영작이 어디가 옳고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체크해 볼 수 있어 좋고 페이지 상단에 QR 코드가 있어서 원어민의 발음으로 들어볼 수도 있다. 그 뒷장엔 앞에 나왔던 그 문장들을 다시한 번 소리내어 읽어가며 되풀이하여 볼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쯤 하고나면 웬만하면 알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쩐지 내가 영어 좀 하게 된 느낌이 막.. 뭐 그래봤자 또 다음장으로 넘어가 새 문장들을 만나면 또 버벅버벅이긴 하지만.. 그 뒤엔 앞에서 공부했던 문장이 들어간 가상 회화가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대화해 나가는 걸 익힐 수 있겠다.

아 회식이란 걸 company dinner라고 하면 되는구나 하는 것들도 알게 되고. 알고나면 진짜 별거 아닌데 말하기 전엔 고민되던 표현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늘 보던 일상회화보다 재밌었다는.. 회사를 다녀서 써먹을 날이 오면 좋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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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들키기 싫은 영어 실력 몰래 키워라 - 영어, "딱! 이만큼만" 하면 인생이 즐거워진다!
김영익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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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어책이다. 아니 진짜 영어책도 아니고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책이다.

나도 안다. 영어를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대한 책을 한글로 주구장창 읽느니 그 시간에 영어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그리고 여지껏 읽었던 수많은 영어를 잘 하는 법에 대해 쓰인 책들 역시 참 좋은 책이었다. 그러니 여지껏 내 영어가 이 모양인건 실천을 끝까지 못한 내 탓이지 그 책들 탓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영어책이 아닌 영어를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대한 책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한심하다.

언어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처음 얼마동안은 되게 열심히 맘 잡고 해 보다가 눈에 띄는 향상이 없고 여전이 입안에서만 뱅뱅 돌 때 좌절을 하기 쉬운 것이 문제인것 같다. 게다가 내가 그런 좌절을 왜 번번이 겪고 있나 싶게 영어를 써 먹을 데가 없다. 내가 국제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도 아니고 원어로 된 책을 봐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인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중도 포기가 잦은 것이다. 좌절감을 느껴가면서까지 맹렬히 영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는 것...

그렇다고 미국에서 살 때엔 영어가 늘었냐면 불행히도 그것도 아닌것이 눈치만 늘고 뻔뻔함만 늘어서 대화 중에 나 스스로가 답답하여 내 영어가 보잘것 없어 미안하다고 말하면 그들이 "아니야 나도 한국말 못하는 걸 뭐." 하며 미안해 했던..

거긴 한국이 아니고 미국이었으니 그래도 이방인인 내가 더 노력해서 말이라도 좀 유창하게 해 왔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여하튼 그런 이유로 또 영어공부에 대한 책을 읽었다. 당장 내가 써 먹은 곳은 없어도 아이들 교육 시키며 필요하고 또.... 암튼 알아두면 써 먹을데가 분명히 있는...

집에 있는 책으로 그 방법대로 안 하고 다른 책을 읽어본 건 인정하기 부끄럽지만 나는 쉬운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일 거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 수록 그런 방법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만 다시금 마음을 재정비하여 반짝 하는 공부일 망정 다시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이런 책을 찾아 읽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부끄럽고 궁색하다보니 변명만 한나절이다.. 이 책은 그런데 좋다. 나는 이런 책이 좋더라. 들고 읽는 내내 종이의 질감도 튼튼(?)하고 바탕색과 글자색에도 변화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새로운 기분으로 쭉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말도 시원시원하다. 영어가 결코 쉽게 되는 것이 아님을 다년간의 실패로 이미 알고 있건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러게 말이야.' 하고 맞장구 치며 저자가 진단하고 조언해 주는 대로 해 보면 어쩐지 이번에는 뭔가 성공의 빛이 보이는 것만 같은 느낌을 팍팍 주는... 100일 동안 200시간을 작심하고 일단 시작할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그렇게 말문을 트는 것부터 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하루 달랑 세 문장씩만 외워볼까? 시간이 남을 때 문법책을 한권 정해놓고 틈 나는 대로 조금씩 풀어볼까? 미드를 꾸준히 시청해볼까? 하고 줄 생각만 하다 말거나 실천을 한다해도 내가 하루 중에 할애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었다. 심지어 나는 미국에서 살 때도 한국말이 그립네 한국이 그립네 해 가며 한국 방송만 열혈 시청.. ㅠㅠ 한국인이 엄청 많은데 살다보니 한국말만 하고도 잘 살 수 있었던... 거기서도 하루 두시간을 영어만 하고 지낸 적이 없었으니 내가 한국에 돌아와 하루 두시간 이상 영어에 매달렸을 리 없는 터. 이래놓고 왜 내 영어는 늘지 않느냐고 말할 자격도 없다.

<영어 실력 몰래 키워라>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내겐 사실 새로운 건 없었다. 즉 방법을 몰라서 못했던 건 아니었던 것. 의지 박약과 실행력 부족과 게으름 그리고 미련함이 문제였던 것. 내 반성은 됐고..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들을 조금 소개하자면 총 5장으로 되어 있으며 1장에서는 영어가 왜 그렇게 잘하고 싶은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별 얘기 아닌 것 같아도 내가 왜 영어를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점검해 볼 수 있겠다. 2장에서는 영어를 얼만큼 하면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아무리 해도 원어민처럼 갑자기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니 내가 필요한 만큼의 영어수준을 (내 주제를 잘 파악하여) 알고 그만큼이라도 하자는 것.

뭐.. 아쉽든 뼈아프든 그게 내 현실이라는 것을 빨리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시작임을 잊지 말고 하면 될 것 같다. 3장에서는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 4장에서는 영어 인프라 사용을 (내게 맞는) 어떻게 할까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난 4장에 나온 이야기들이 좀 더 와 닿았다. 5장은 "딱! 이만큼, 프로젝트 로드맵"이 나온다. 거기까지 열심히 따라갈 수 있음 좋겠다 싶다. 부담감을 좀 덜고 각오를 다질 수 있게 도와주고 방법까지 제시해 주었다는데에 이 책의 강점이 있는 것 같다. 이제 이걸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읽는 사람의 몫인 것이니 나도 핑계대지 말고 해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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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주 오늘은 시리즈
이종숙.박성호 지음 / 얘기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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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직장 생활을 하시느라 늘 바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와 남동생)를 데리고 참 많은 곳을 여행하셨었다.

전국 방방곡곡 구석구석 데리고 다녀주셨는데 어릴 때의 일이라 장소가 모두 어디 어디였는지는 사실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러나 그 기억만큼은 오래오래 남아 내 마음을 늘 풍요롭게 채워주고 있다. 그래서 나도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참 컸는데 그게

마음처럼 안되는 일이더라. 여의치 않을 때가 더 많아서 마음속엔 늘 미안함이 있다. 나보다 더 바쁘셨을 부모님이 우리 남매를 위해 헌신하셨던 걸 생각하며 새삼 감사하고.

그렇게 다녔던 곳 중에 아주 큰 기억의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경주이다. 경주에서 보았던 모든 것들이 내겐 참으로 특별하게 다가왔었다.

그때 나는 많이 어렸었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이 어찌나 강렬한지 언제나 경주에 가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한데 정작 휴가를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경주에 갈라치면

애들이 너무 어린데 그런 데 가서 무슨 즐거움이 있겠냐며 아이들 좀 더 자라면 가라던가 혹은 이곳에서부터 너무 멀어서 가기 쉽지 않다는 반대에 번번이 부딪힌다.

'아니 나도 그렇게 어릴 적에 갔었다 이 말이지. 그리고 그 기억이 지금까지도 아주 특별하게 남아 있단 말이지. 그 후로 수학여행이니 뭐니 하는 이유로도 몇 번을 갔지만 갈 때마다 더 좋았다 이 말이지. 그런데 왜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책을 읽었다. 경주에 관한 책이라면 일단 한 번쯤 펼쳐보고 사진이라도 눈에 담아 본다.

내가 이번에도 <오늘은 경주>를 펼쳐놓고 있었더니 다음에는 꼭 가자고 하긴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어쨌거나 열심히 읽고 가고 싶은 곳에 미리 마음이라도 대신 가본다.

크리스천인 내게 있어 경주는 외국처럼 여겨질 정도로 낯설고 내가 속한 문화와 달라 보여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열심히 읽었던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같은 책 때문에 더더욱 그곳에 관심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내가 가 본 경주는 정말 유명지(?) 몇 곳에 불과했다는 사실이었다. 학교 다닐 때도 그리고 가족과도 몇 번 갔었지만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곳엔 꼬박꼬박 들르게 되는 반면 그 외의 지역은 알지 못해서도 못 갔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경주가 얼마나 여행자들에게 풍성한 곳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해 주었다.

<오늘은 경주> 의 부제는 자발적 학습 여행자의 경주 이야기이다.

자발적 학습 여행자라니 아아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라..

여하튼 그런 마음으로 경주를 여행하며 쓴 이 여행 에세이는 여행안내서와는 좀 다르다. 어느 지역을 소개할 때 그곳에 어떻게 찾아가고 주변에 뭐가 있고 어떤 코스로 어떻게 돌아봐야 하고 놓치지 말고 봐야 할 볼거리를 알려 주고.. 이런 것들은 없다.

하지만 애정을 담아 찾아간 여행지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에서 느껴지는 맛과 즐거움이 있었다.

가까운 지역끼리 묶어 10구간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는데 각 구간별로 여섯에서 열 두 곳씩을 세분화여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이사이 사진도 아름답고 글도 아름답다. 다른 건 몰라도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장소마다 길지 않게 이야기들을 들려주어서 잘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나도 언젠가 이곳을 여행하게 된다면 이렇게 기록으로 자분자분 남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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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섹시해지는 정리의 감각 - 잡동사니에서 탈출한 수집광들의 노하우
브렌다 에버디언.에릭 리들 지음, 신용우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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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잘해보겠다며 그것에 대한 책을 읽느라 정리에 관련된 책들로 집을 채우는 것이 과연 정리에 이르는 올바른 길일까 하고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정리야말로 책을 읽음으로서가 아니라 그 시간에 정리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정리를 할 때마다 번번이 벽에 부딪히고 한계에 다다르고 중간에 포기하기를 되풀이하다 보니 잊을만하면 다시금 정리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게 된다. 정리를 못 하는 것은 내 몸이 굼뜨고 무겁고 게을러서이기만 한 것이 아니고 쉽게 버리지 못하고 차마 처분하지 못하는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시금 마음을 재점검하고 돈독히 먹은 후 한동안 미루어 두었던 정리를 시작하곤 하며.. 그렇게 살고 있다.

집에서 나와 자취를 하기 이전까지는 집이 정리가 안되어 있다고 별로 생각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오히려 어디선가 부스럭 거리며 먼지 속에서 잊고 있던 옛물건을 찾아낼때면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즐거워하곤 했었다. 일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나와 동생을 돌봐주시려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께서 우리집에 머무실 때가 잦았고 대학생이었던 막내이모도 함께 살았으니 식구들의 물건은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취를 시작하면서는 내 공간이 간소해졌다. 내가 필요해서 마련한 물건이 내가 둔 자리에 언제나 있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나는 청소를 게을리해서 그렇지 정리만큼은 잘하고 살았다. 하나가 필요할 땐 그 하나가 정말 필요한지를 알기 위해 그것 없는 삶이 가능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실험해가며 마련했고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 있을 때에 꼭 필요한 그것만을 샀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십년 넘게 했던 자취생활을 정리할 즈음에 보니 많은 살림들이 늘어 있었다. 쓰지 않으면서도 버리지 못한 것들도 많았는데 추억이 있다거나 언젠가 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나 버리거나 처분하기엔 너무 새것 같아서 비록 나는 사용할 일 없음에도 버릴 수 없어 갖고 있는 것들도 많았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런 짐들을 추려내고 골라내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가지고 결혼을 했다. 사실 나는 나의 대부분의 것들을 친정에 버리고 왔으며 결혼할 땐 새것들로 장만을 했더랬다. 그랬는데 남편의 살림이 어마어마했다. 옷가지와 책장 그리고 책 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신혼집은 숨 쉴 공간도 없이 가득가득 채워졌던 것이다. 남아도는 벽이 없을 정도로 빼곡히 들어차 짐이 들어서기 이전과 비교했을 때 집은 아주 좁아졌다. 그래도 둘이 살기엔 충분히 넓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의 살림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자 집은 더더욱 비좁아졌다. 우리에게 필요할거라고 예상되는 것들을 주변에서 자꾸 안겨 주신 덕분에 더더욱 좁아지고 버리지 못하고, 언젠가는 쓸모 있을 것 같아서 놔둔 것들로 그리고 어딘가 있긴 있는데 도무지 필요할 땐 찾을 수 없어서 새롭게 구입한 것들까지 생겨나면서 더더욱 좁아졌다.

매일 내 머릿속으로는 다 처분하고 정리해야겠다고 수골백번을 생각하지만 이 가운데 내 짐은 그리 많지 않고 각각 가족 구성원들의 것이다보니 내 마음대로 못 버리고... 이런 악순환의 되풀이.

식구들에게 책을 읽으며 틈틈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필요없는 것들은 버리자, 정리 좀 하자, 우리가 생활할 공간을 더 넓고 쾌적하게 가져보자 등등. 그럴 때 이 책, 주변이 섹시해지는 정리의 감각이 도움이 된다. 내게도 그렇고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때에도.

왜냐하면 이 책에서는 정리를 잘 못해서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어떻게 정리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읽으며 무지무지 공감을 하게 되고 나중엔 정신 바짝 차리게 되더라는 사실. 그러니까 이 책은 수납법이나 공간 활용법에 대한 이야기들 보다 정리 자체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면서 정리에 대한 마음을 활활 불태우게 되더라는 것. 다만 그걸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협조해야 하는데 나 혼자 하려니 힘에 부치고 진도가 안나가서 문제... 이 책을 꼭 읽혀야겠다.

나는 책의 우리말 제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변이 섹시해지는.. 이라니.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으나 그 말 자체가 영 이해가 안된다는... 어쨌든 잡동사니들로부터 탈출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 마음이 최소한 더 간절해지는 것만은 틀림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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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의 세계일주 - 이 세상 모든 나라를 여행하다
앨버트 포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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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도 골고루 먹어야 하고 책도 두루두루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마음과는 다르게 자꾸만 손이 가는 종류의 책이 내게는 여행서다.

같은 곳을 이야기 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들려주는 이야기들, 같은 사람이 다녀와도 시간과 공간이 바뀔때마다 달라지는 이야기들, 여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여행을 통해 일상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고, 여행자의 눈으로 보는 신선함과 설렘이 주는 느낌이며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내게 흥미를 끄는가보다.

이번에도 <50년간의 세계일주>라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50년이라니, '아니 그럼 이 책의 저자는 지금 연세가 어찌되시나?' 하는 생각과 (이 세상 모든 나라를 여행하다)라는 부제를 보며 '설마~ 그냥 말이 그렇지 그만큼 여기저기 다녔다는 뜻이겠지?' 하는 생각.. '무슨 돈으로 50년간이나 세계일주를 할 수 있었을까? 직업이 있는데도 가능했단 말인가? 근데 이 책 한권에 그 50년간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았지?' 등등 읽기 전부터 이미 흥미진진.

그런데 그 설마가 사실이었다. 50년간 세계일주를 한 것이. 그것도 세상 모든 나라를 여행한 것이 말이다.

저자 앨버트 포델은 스물 다섯 나이에 첫 여행을 시작했고 후원을 찾아 그 후원으로 여행을 하기도 했고, 그는 아웃도어 잡지 편집과 250회 넘게 글을 기고하는 프리랜서이자... 암튼 그런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나라라고 인정되는 모든 나라를 다 여행했는데 그 중엔 다녀온 후 소멸된 나라도 있고, 그간 신생국도 있다고 하니 그냥 무심코 나라는 원래부터 나라였고 늘 오랜세월 같은 자리에서 국가를 유지하며 자기네만의 문화에 따른 삶을 영위해가고 있었을거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뜻밖의 그 세월 속 변화에 놀랍기도 했다.

그리고 의외로 글이 재밌고 특히나 빠져들어 읽게 되는데 그건 이 책이 여행서라기 보단 모험이야기 같아서 몰입도가 더 높아진 덕분인 것 같다. 처음에는 사진이 작고 많지도 않고 심지어 흑백이라 실망을 좀 했다. 무려 50년간의 그것도 세계일주인데 사진은 에걔 뭐 이래.. 이런 마음이 슬쩍 들었더랬다. 그런데 읽어가다보니 이 책에서만큼은 사진 같은 건 중요한 부분이 아니더라는 사실. 암튼 이제껏 읽어온 여행서적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읽는 도중 문득 북한 같은 곳도 갔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는데 그는 심지어 북한도 다녀갔더라. 한국은 물론이다. 글이 유머러스하고 온갖 상상을 뛰어넘는 모험이야기로 가득한 이 이야기는 지면관계상 정말 특별한 이야기들만 담아 놓았는데 그래서 정말 일반 사람이 여행하면서는 겪을 일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많다. 시간과 후원자가 있다고 해도 나는 이런 모험과 여행을 즐기고 다닐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럽기는 했다. 영화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도 다 있구나... 싶었던.... 앨버트 포델은 이제 일흔이 넘은 나이에 또 다른 여행을 하는 중이란다. 2012년.. 결혼을 한 것. 인생의 마지막이자 최고의 여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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