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숨기는 기술
플레처 부 지음, 하은지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기억나지 않을 만큼 어렸을 때 - 그러니까 다음의 일화들은 모두 내 기억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 나는 어렸을 때 꽤나 괄괄한 성격이었던 모양이다. 골목길에서 동네의 쏟아져 나온 아이들과 어울려 놀다가 싸움이 나면 나는 맞서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곧잘 싸웠던 모양이다.

자초지종은 알 수가 없으니 내가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으나 어쨌거나 싸움은 혼자 하는 게 아닐뿐더러 어느 한 사람이 100% 다 잘못하거나 잘할 수는 없는 일이니 내게도 그 다툼의 책임이 있었겠지.

그런데 그냥 다투는 것도 아니고 머리채를 잡고 싸웠는지 집에 돌아올 땐 싸운 친구의 머리카락을 한주먹 쥐고 돌아왔더라는데 알고보니 나는 내가 쥐어 뜯은 상대방의 머리카락보다 나는 세 배도 더 잡아 뜯기고 (그러니까 싸우긴 자주 했으되 정작 몸싸움은 잘 못해서 밀렸지 않았나 싶은) 온 거였단다.

음... 싸웠던 이야길 하려던 건 아니었고... 여기서부터가 하려던 얘기인데, 나는 그러니까 엄청 머리채를 잡히고 뜯긴 채로 돌아왔으나 싸우는 동안에도 돌아오는 길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되게 의연하게​한​ 척 하며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대로 내 방으로 꾹 참고 들어가 문 닫은 후에 아무도 없는데서야 울었다고...

이 무슨 똥고집인지. 자존심인가? 이게 네살이전의 일들이다. 그리고 나의 어릴적 별명은 사납쟁이였다. -_-+

싸웠다는 건 아주 적극적으로 나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싸우면서 그리고 싸움에 져서(?) 돌아오는 길에도 아프단 소리도 않고 울지도 않은 건 감정을 꾹 눌러 숨겼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곁에서 일러줬다는 사람들 말에 따르면 내 머릴 몇주먹이나 집어 뜯은 아이는 나를 때리면서도 왕왕 울고 있었다는데 더 많이 맞는 나는 울지 않고 싸우니까 마치 겉보기엔 내가 그 애를 더 많이 때린듯이 보였다고도 전해진다.

그게 내 타고난 본성이었던 것 같다. 다분히 감정적인 반면 의도적으로 내 필요에 의해 감정을 숨기는 것도 잘했던 것이다.

왜 그런지 나 자신도 답할 수 없지만 나는 내 감정을 잘 숨기는 편이었다.

기쁨, 슬픔, 당황함, 노여움, 슬픔... 이런 모든 감정을 남 앞에서 크게 내색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성격은 침착하고 냉정한 사람으로 보이게도 해줬고 특히 싸울 때 유리하다.​

그러나 점점 자라면서 싸울 일은 흔하지 않았고 다만 적을 만들지 않는데에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상대방에 대해 어떻게 여기든 그 마음을 잘 숨겼으므로 남들은 내가 자신을 어떻게 여기는지 잘 몰랐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기술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솔직하지 않는 자신에 대해 늘 내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좋지 않았더랬다.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도 내 마음을 숨겼다는 사실 자체가 나는 솔직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평가하게 했던 것이다.

반면 우리 부모님은 내색을 적극적으로 하시는 편이고 특히 엄마는 화가 나시면 아주아주 멀리서 보아도 화가 나 있음을 모를 수 없게 온몸에 쓰고 다니는 분이다. ​엄마께서 감정 표현을 자유롭게 하심으로 엄마의 사회생활에 어떤 불편이나 불리함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끔 곁에서 보는 나는 조마조마할 때가 있었다. 그 대상이 나 일때면 더더욱 좌불안석이었음은 물론이고.

결혼을 하고 보니 남편도 울엄마같은 성격이었다. 무엇을 느끼는지 얼굴에, 온몸에 생생하게 드러내는 타입.

근데 그게 좋을때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손해(?)를 보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서 말리고 싶을 때가 참 많았다.

그러던 중 <마음을 숨기는 기술>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시국이 워낙 불안정하다보니 책에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몇날 며칠을 들고 다녔는지... 근데 그게 단지 나라가 어수선해서 그런것만은 아닌것 같다.

처음 부분 읽을 땐 그래맞아 그렇지 ... 하며 술술 읽었는데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졌던... 저자가 특수요원으로 활동하다가 은퇴한 사람으로 그 경험을 살려 FBI의 일화들을 소개해가며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그 일화들은 너무 짧게 사실만을 전달하고 있어서인지 영화나 미드를 통해 보던 것에 비해 흥미가 떨어졌고 우리의 현실에 접목할만한 얘기들이 아닐때도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마음을 숨기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람이 겪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드러내곤 하는 습성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보니 남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라고 보며 읽어도 될법한 그런 책이었다.

​내용들을 보자면 마음을 숨기고 싶다면 먼저 빈틈을 찾아내라, 화내지 않기 - 분노 다스리기, 초조함 버리기 - 타산적인 마음 통제하기, 맹목적인 모습 버리기 - 독립적으로 생각하기, 당신의 희로애락을 주머니 속에 감추어라, 안전감 만들기 - 소유욕 통제로 나를 지키기, 놀라지 않기 - 동결 반응 억제하기, 두려워 말기 - 마음속 공포 없애기, 당황하지 않고 도피 반응 억누르기 등이다.

개인적으로 내게는 두려워 말기 부분이 도움이 되었고. 책을 다 읽으면 엄마와 남편에게도 일독을 권할까 했으나 그 정도로 도움이 되거나 재미나지 않은 듯 싶어서 그냥 내가 크게 공감했던 대목만 직접 전해줄 생각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할 생각이고 실제로 큰아이는 (아직 초등학생인데) 굉장히 흥미로워하며 읽었다.

320페이지 정도로 은근 두껍지만 두께만큼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는 이야기.

타인의 마음은 잘 알아주고 내 마음속에서는 적대감이나 불쾌감 같은 남에게 좋지 않거나 불편하게 할 그런 마음을 잘 숨기는 걸 노력(?)하여 관계를 잘 맺는데에 중점을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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