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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떠나보내는 시간 - 쓰면서 치유하는 심리처방전
김세라 지음 / 보아스 / 2016년 10월
평점 :
나는 평소 책에 밑줄을 긋거나 접거나 메모를 하며 읽는 편이 아니다. 책은 가급적이면 새책이었을 때 모습 그대로 유지하면서 읽어가는데 대신
노트를 한 권 곁에 두고 마음에 새기고 싶은 말이 나오면 베껴 적으며 책을 읽어왔다. 그래서 나중엔 그 베낀 노트만 보아도 좋은 책 한 권이 될
정도였다. 되새길 때 아주 좋다. 읽었던 모든 책을 다시 다 읽기는 어려운데 이런 노트가 한 권 있으면 그 한 권에 내가 책마다 읽으며 받은
감동과 느낌이 차곡차곡 정리가 되어 있어서인 것 같다.
책에 낙서나 밑줄을 긋지 않는 이유는 다음에 이 책을
읽을 누군가가 내 밑줄로 인해 간섭받거나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서 그래왔는데 요즘은 노트를 곁에 챙길 여유도 없고 그렇게 곱게 앉아 읽을
상황도 아니어서 최근엔 과감하게 이제까지의 습관을 버리고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게 되었다. 책에 밑줄을 긋는다는 게 어쩐지 훼손하는 것만
같아서 찜찜하긴 한데 의외로 읽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집중은 더 잘 되는 효과가 있었다.
이 책은 다 읽고 나서 보니 밑줄도 많더라는. 그만큼
공감되는 대목이 많았던 책이다.
상처를 떠나보내는 시간이라... 상처를 많이 받는
편인가?
나는 아닌 편에 속하는 사람인 것 같다. 사람들
사이에 더불어 살아가는 동안 상처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만 비교적 회복을 빨리 하는 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니 내가
상처받는 상황이 어느 것인지도 좀더 명확해졌다.
화, 슬픔과 구별하여 상처를 설명해 준 대목도 도움이
됐다. 그리고 상처를 주고 받지 않는 법, 화와 슬픔에서 극복하는 법
등을 읽으며 읽는 동안 많은 감정들이 정리가 됐다.
책 표지에 "쓰면서 치유하는 심리처방전"이라고 되어
있어서 읽기전엔 퍽 궁금했는데 상처에 대해, 그리고 그것에 대해 마음을 읽어주고 설명해주고 또한 말 그대로 처방을 해 준 후 체크 리스트를 통해
자신을 진단하고 각각의 말미에 나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적어볼 수 있도록 잘 안내되어 있었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정말 어느새 치유가 되고 있는 것 같기도...
이 책에서 내용과 별개로 좋았던 점은 저자가 들려준
많은 예화들이었다. 주로 영화와 책 이야기였는데 내가 본 영화도 많았고 책도 많았으나 나는 놓치고 지나쳤거나 다른 관점으로 대강 기억하는
내용들을 간단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짚어주면서 설명해 준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쉬웠던 점은 사이사이 사진들이 참 좋았던 반면
모두가 흑백사진이라 차분함을 주었으되 그래도 살짝 아쉬운... 사진이 예뻤기 때문에 더 진하게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랬는지...
수많은 글들이 와 닿았는데 그 중에 한 구절만 옮겨
적어보자면
P.208 세상사는 항상 잘하는 사람도 없고 항상
옳은 사람도 없다.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쁘다. 그의 오만과 교만이 누군가를 향해 있을 때 누군가는
반드시 상처를 받게 되어 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내가 옳다는 생각을 한다. 싸움의 변을 들어보면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는 틀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았으나 내가 상처를 준 사람이 있다면 꼭 사과를 하고 맺혀 있는 응어리를 풀어줘야 한다. 상처는
자신이 부족해서 받는 것이지만 내가 준 상처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받은 상처는 그 사람의 것이라는 생각은 아집이다.
읽어가는 동안 좀 더 성숙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내 실제 삶의
변화가 있어야겠으나.
언젠가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상처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이 차이가 각 사람의 크기와 깊이를 달라지게 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살아가는 동안 자주 생각나는
말이다.
또한 내가 상처받지 않는 것과 내가 상처를 극복해
내는 것이 나에게 중요한 만큼 더불어 살아가는 타인에게도 상처를 주거나 입히는 일이 없도록 내가 노력해야 하는 점들도 많다는 사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시간이 되어주었다.
단순한 위로나 방법론이 아닌 공감과 현실직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는데에 <상처를 떠나보내는 시간>은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