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정윤희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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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등장하는 에드워드 하이드(Hyde)의 하이드는 hide(감추다, 숨다, 가리다)와 발음이 같다.

작가는 어쩌면 인간의 내면 깊숙히 감추어져 있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본성, 특히 가리고 싶은 악한 본성을 그렇게 드러냈나보다 싶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너무나 유명하고, 유명하다보니 설령 책을 읽지 않았다 해도 그 이야기를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소설이다.

지난 어느날 나는 뉴스를 보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요즘 뉴스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시청하기에 참 부적합하다. 어디 아이들 뿐이겠는가, 성인인 내가 듣고 보기에도 괴롭기 짝이 없는, 정신건강에 여간 해로운 게 요즘 뉴스 아닌가 싶을 정도로 뉴스에서는 세상의 온갖 악함을 모아 전해주는 느낌이다.

그날도 여러 기사들을 보며 세상에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으며, 뭐 그런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다 있냐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간의 이중인격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이중인격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대해 말하게 되었고.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해 주려다보니 자세한 줄거리가 가물가물한 것이었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인디고에서 나온 <지킬박사와 하이드>. 책 싸이즈가 자그마하고 하드커버로 되어 있으나 무겁지 않아서 가방에 쏙 들어가는 만만한 크기다.

일러스트도 내용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고.

책이 그렇게 흥미롭게 생겨서인지 집에 배송되어 오자마자 사라졌다. 내가 읽기도 전에 말이다. 알고보니 둘째가 학교에 가지고 다니며 읽기에 좋겠다 싶어서 가방에 담아갔었더란다. 책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도 흥미를 끌어당기는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읽기에 부담이 없다. 금방 읽히고 짧고 흡입력 좋은 이야기.

내용은 워낙 유명하니까, 그러나 읽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까 생략하고.

느낌만을 적어보자면, 어릴 땐 무섭고 오싹한 느낌이 더 강렬하게 남았던 반면 지금 다시 읽은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슬프고도 무거웠다.

이 이야기는 지킬박사와 하이드 얘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 같기도 했던 것이다. 내 안에도 그렇게 이중적 본성과 가면이 있고 때로 그대로 내버려두면 악한 자아쪽으로 더 쉽고 더 빠르게 변해간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한낱 소설에 불과하다고, 나는 지킬박사와 하이드 만큼은 아니라고 할 수만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평소 타인의 표리부동이나 언행불일치 등을 보며 얼마나 많이 실망하고 놀라곤 하는가. 허나 자신에게는 또한 얼마나 관대하던가.

그러나 사실은 나 자신이야말로 겉으로 보여지기를 원하는 모습과 내 본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부끄러웠던 적이 얼마나 많았나.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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