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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단식 - 아이의 뇌를 살리는 4주 프로그램
빅토리아 던클레이 지음, 민국홍 옮김 / 토트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본다. 시선이 닿는
곳에는 전자스크린 기기들, 각종 전자제품들이 수두룩하다.
예전에는 리뷰나 독후감 그리고 학교
과제물들을 손으로 직접 종이에 적어 냈는데 지금은 이렇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전자스크린을 마주하고 있다.
너무 흔하고 편리하며 심지어 흥미롭기도
해서 그것들이 사라지면 되게 허전할 것만 같다. 그래서 무인도에 갖고 가고 싶은 세 가지를
고르라면 예전엔 엄청 심사숙고하며 생존과 마음이나 정신을 지킬 무언가를 골랐으련만, 지금은 아마도 스마트폰만큼은 꼭 챙겨가고
싶단 생각이 들 것 같다. 닳지 않는 배터리와 와이파이가 되는 무인도라는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그 정도로 가까이 하고 있고 나 스스로도
중독에 빠져 있나 싶을 정도로 즐기는 편인데 한편으로는 디지털기기들을 멀리해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정확한 인과관계는 모르지만 전자스크린
기기들이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보다 파괴하는 것들이 더 많다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좋지 않다'라는 사실만 들어봤을
뿐 무엇이 어떻게 왜 나쁜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다보니 나 나름대로 짐작만 해 보곤 했다.
가령 게임이라면, 내용이 나쁜 것들이 더
문제가 될 것이다 라든가 오래 사용하지만 않으면 잠깐씩의 노출 정도는 큰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라든가 나는 그래도 그렇게 분별력이 없지 않으니
실생활과 디지털기기 속 세상과의 구별이 가능하고 거기에 얽매이지 않으며 그것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고 충분히 사회생활을 잘 해 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제든지 그것들을 멀리한 채로도 잘 살 수 있는 단호함이 있을거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물론 나는 게임을 하거나 아주 장시간
지속적으로 이용할 일은 없다. 다만 자주 볼 뿐.
어쨌든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이용하고 있다보니 아이들에게도 사용을 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안 좋다는 것인지를 알지 못하니 사용을 금하거나 줄일만한 근거를 설명하기도 어려웠고.
다행히 아이들이 전자스크린 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 아니라는 사실. 그러나 아이들은 점점 자라갈테고 주변엔 너무나 많은 전자스크린 기기들이 있어 빠르고 쉽게 노출된다는 점 등이
문제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됐다. 솔직히 별
기대는 없었다. 디지털 단식 4주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정도만 알게 되겠지 하는 정도의
기대..
그런데 첫장부터 저자는 전자스크린 기기가
인체와 특히 뇌에 주는 영향과 자극에 대해 아주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디지털 단식 방법 보다 그 기기들이 인체에 미치게 되는 영향과 원인
그로인해 우리가 받는 자극과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읽다보니 디지털 단식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라거나 우리 스스로 각자 알아서 잘
조절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아주 신중하고 철저하게 전자스크린 기기들을
접하는 대에 있어 광범위한 연구와 사례조사 사용제한 같은 것들이 이뤄져야만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 엄청 강하고 단호한 존재처럼 여겨질 수도
있으나 알고보면 나약하고 어리석기도 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나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자발적으로 끊어내는 것이 어렵거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이 되어버리기도 하더라는 것. 술 담배가 나쁘고 마약이 나쁘고 도박이 나쁘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해도 한번 중독되면 끊기가 어렵듯이 나는 고작
달콤한 믹스커피 한 잔도 오직 맛있다는 이유 하나로
덜 마시는 일이 어렵던데 그랬던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전자스크린 기기들로부터 안전하게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고 믿었는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사례들을 들려주며 전자스크린
기기 단식을 통해 회복되는 모습들도 보여주고 전자스크린 기기로 인해 우리가 입게 되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전자스크린증후군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유발하는 문제점들은 무엇이며 정신질환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그리고 디지털
단식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서 알려준다. 충분한 설명 후 본격적으로 실천 가이드가 나오는데 요즘처럼 디지털 기기들이 널린 세상 속에서 노출되어 살고 있는 어린
학생들 뿐 아니라 성인들에게까지도 지속적인 경각심을 심어주고 개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개인이 알아서 잘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라면 좋겠으나 사회적 문제도 많이 생기는 요즘
시대에는 아울러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들을 연구 조사하여 확산시키지 않는 노력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아이들 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너무나
필요할 것 같은 디지털 단식. 함께 해 가며 뇌와 우리 자신을 회복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