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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형석 옮김 / 북스테이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마음은 순수하며 여전히
동심이 살아있다고 스스로 자부할 만큼 어렸을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그러나 내 눈에 작가가 보여 준 그림은 "모자"였고, 나에게는 상자 안의 양 한마리가 아무리
보려해도 보이지 않았으며 나
역시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이 하는 말 보다는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사람의 말이 더 신뢰감을 준다고 여겨왔음을 깨달았을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었었다.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키는 그림이라니.
그래 나도 마음으로 보아야 보인다는
그것,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진 체 라도 해 보자며 모자그림, 아니 코끼리를 삼키는 보아뱀 그림을 따라 그려보기까지 했었다.
어린왕자가 들려주던 별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왕자가 만난 사람들이 다름 아닌 내 모습임을 깨달으며 당황했던 것이 어린왕자를 처음 읽었던 때의 소감이었다.
그땐 여우와 뱀이 했던 이야기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책을 덮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후로 무수히 여러번 이
책을 읽었다.
내겐 해마다 인생 교과서처럼 읽는 책이
몇 권 있는데 그 중 한 권이 어린왕자이다.
읽을 때마다 다른 것을 깨닫게 해 주는 어린왕자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읽어도 여전히
새로운데 그러나 변함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어린왕자>가
너무 외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해가 지는 것을 마흔 네
번이나 봤다는 그 말에, 마음이 몹시 슬플 때는 해 지는 것을 구경하고 싶어진다는 그 말에 가슴이 얼마나 아팠던지.
그래서 저 하늘 어딘가에 정말 B612가
있기라도 한 듯이 별들을 응시하며 마음아파한 날도 많았다는 사실.
좀 더 자라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그리고 이별한 후에 읽는 어린왕자는 또 다른 감회로 다가왔다.
그 때 읽는 어린왕자는 사랑이야기였다.
나는 어떻게 길들이고 길들었으며, 사막 어딘가에 있을 오아시스 때문에 사막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장미를 위해 보낸 그 숱한 시간들 때문에 내게 그
장미가 소중한 단 하나뿐인 장미가 된 것처럼 만나는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그럴수록 더 귀하고 소중히 여기었다.
많이 읽은 책이었고, 내용을 다 알기
때문에 리뷰를 쓰는 것은 쉬울 거라 여겼는데 세상 모두가 다 아는 어린왕자에 대해 소감을 쓰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서 또
읽었다. 이번엔 북스테이에서 나온 책으로 읽었는데 책의 느낌이 좋아서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소장하게 해 주고 싶었었다. 번역은 대동소이 하나
읽던 책과 조금 어감이 달라 프랑스어도 쓰인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되지도 않을 과욕을 잠시 품어보기도 했다.
어린왕자가 만난 이들과, 여우와 나눈
대화, 장미꽃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사랑과 책임과 소유와 관계의 의미, 그리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으로 중요하고 가치있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의 말미에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가장 슬픈 풍경이라며 어린왕자가 자신이 길들인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떠나고 남겨진 사막을 보여준다.
읽을 때마다 이 대목이 참 강하게 마음에 남는다. 나는 내가 길들인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