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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회화로 배우는 시니어 영어회화 첫걸음 ㅣ 시니어 세대를 위한 첫걸음 시리즈
The Calling 지음 / 삼영서관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몇년 전이었더라. 부모님께서 미주여행을 하시며 도중에 일행과 일정을 달리하여 알래스카를 경유하신 적이 있었다. 다른 분들은 미서부여행을
마치고 모두 귀국하였는데 부모님은 그곳에서 알래스카로 가셔서 조금 더 다니시다가 귀국을 하는 일정이었다. 그래서 공항에서 두분만 남아 비행기를
기다리고 계셨는데 그때 어떤 안내방송이 아버지께 들렸단다. 그 안내방송이란 두분이 타셔야 했던 비행기와 비행시간에 관한 변경사항이었던건데 그
이전까지야 가이드만 따라다녀도 되었으니 굳이 영어를 귀 쫑긋 세우고 들으셔야 할 일도 별로 없고 영어로 유창하게 이야기해야 할 일도 없었으나
이제 일행과 따로 떨어져 두분만 낯선 나라에서 비행기를 바꿔가며 타셔야 했으니 아버지께서 그 내용을 들으실 수 있었던 건 천만 다행스런
일이었다. 대합실에서 가만 앉아 있었어도, 그리고 그곳에서 수많은 영어가 오고 갔으련만 마침 아버지께 그 방송 내용이 딱 들렸으니 은근 긴장하고
계셨던 모양이다.
듣는 것 뿐 아니라 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아주아주 많다. 외국에 나가면 뭐 당연히 다 말을 하게 될 상황에 놓인다. 그때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잘 알아두면 얼마나 요긴하게 쓰일지. 부모님께서는 은퇴 후 간간히 여행을 다니고 계시는데 그러다보니 그런 환경에 노출될 일이 자주
생겼다. 자유여행을 하시는 편이라 가이드에게만 전적으로 맡기는 여행일정이 아닌 관계로 더더욱 그러셨던 것 같다. 하루는 비행기에서 짐과 가방
검사를 하느라 애써 꾸려 간 박스를 다 벌려놨더란다. 그걸 다시 봉합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그래놓으니 어머니께서 도로 잘 꾸려 테이핑을 하고나서
별 생각없이 그들에게 영어로 칼을 달라고 하셨단다. 공항에서 동양인 할머니에게 "칼을 줘." 라는 말을 들은 그들은 몹시 놀라고 당황하며 절대
안된다고 하더라나. 엄마는 그들이 풀어놓은 짐을 도로 챙겨 붙이느라 테이프를 사용했고 그것을 끊어야 하니 칼이 필요했던 것 뿐인데 설명을
하시자니 그 말이 영어로는 어찌해야 할지 영 모르겠고 뭐라 설명이 어려우시더란다. 참 별 것 아닌 일에서도 그렇게 설명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
여행지에서 가고 싶은 곳,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만 말을 하려해도 해야 할 말들이 많은데 그래도 그것은 그나마
종이에 주소를 적는다든지, 물건이나 메뉴를 가리키며 달라고 한다든지, 단어만 말해도 간단한 뜻을 표현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긴 하겠으나 누가
뭐래도 말로 할 수 있으면 그 편리함이야 두말할 것도 없겠지.
외국에 나가지 않는다 해도 요즘은 길에서 만나는 외국인도 많고 (의외로 지방에는 더 많다. 다문화가정도 많고 외국인 노동자도 많다)
하다못해 그냥 집에 앉아서 인터넷 검색만 하려해도 이젠 영어를 할 수 있다면 훨씬 넓은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지는 세상이 되었다.
이미 우리 부모님 세대에도 그런 형편이니 상대적으로 훨씬 교육의 기회가 높았고 생활반경이 넓어진 우리세대에야 말할 것도 없겠다.
특히 고령화 되면서 자유로운 여행도 빈번히 다니게 된 세상이다보니 벙어리인채로 남 뒤만 따라다니는 것보다 영어를 직접 하고 다니면 얼마나
편하겠는가.
이 책은 그런 분들을 독자층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 같다. 제목도 딱 그렇다. 여행회화로 배우는 시니어 영어회화 첫걸음. 이 제목 안에 이
책의 성격이 다 들어가 있다. 여행회화 즉, 그런 상황 속에서 가장 빈번하게 할 만한 대화가 나온다. 시니어 영어회화 책이라서 그런지 글자도
크고 자간 간격도 넓다. 게다가 문장들이 간단하고 쉽다. 왜냐하면 영어회화 첫걸음이거든. 맨 앞에 영어 알파벳이 26자라는 얘기부터 나올 정도.
그리고 초간단 품사소개와 문장성분 기본문법이 한두장에 걸쳐 나온 후 알아두고 외워두면 좋을 문장들 조금씩 활용할 수 있게 나오는데 우리말 번역과
심지어 우리글로 써 준 발음까지 나와 있어서 영어 잘 못 읽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나는 사실 문장 몇 개 외우고 발음기호와 발음을
우리글로 써 주는 것에 대해서 썩 마땅히 여기는 편은 아니지만 당장 여행을 앞둔 분들에게 간단히 유용하게 말할 수 있는 문장들을 익힐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는 그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싶다. 문장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니고 실전회화 익히기, 연습문제를 통해 확인하기 유용한 표현
더 배워보기 등으로 심화학습할 수 있게 되어 있고 따로 단어도 간단히 소개해 주고 있어서 사전 들춰가며 공부할 필요도 없게 되어 있다. 오디오
음원 씨디 둘, 그리고 그 안에는 다운로드가 가능한 본문 학습용 엠피3 파일도 들어 있고.
사이사이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여행정보도 나름 알차다. 책의 맨 뒷쪽에는 언제 어디서나 바로 쓸 수 있는 핵심 패턴 40이 나와 있는데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 있다. 그만큼으로 영어를 말 할 수 있다고 할 수도 없고 말하는 동안에도 하려는 말에 비해 표현이 빈약하여 아쉬울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일단 이 문장들을 적절히 잘 쓸 수 있을만큼의 실력을 갖춘 후에 차차 더 공부해야 늘려가는걸로..
그나저나 공부한 영어 써 먹을 수 있게 여행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