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십대를 지혜롭게 품어주는 엄마의 품격 - 아이를 통해 나를 만나는 행복한 시간
조선미 지음, 김은기 그림 / 한울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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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가 되고 싶었다. 결혼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지만 "엄마"는 되고 싶었다. 우리 엄마만큼 좋은 엄마도 되고 싶었다.

사실 아이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엄마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 같기도 하다.

결혼에도 의사가 없고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고 헌신적이거나 인내심이 많지도 않은 내가 "엄마"가 되고 싶었다니.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게 어떤건지도 모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엄마처럼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결코 마음처럼 되는 일이 아니었다. 결혼 후의 삶은 어떤 것도 내가 마음속에 그리던 모습대로 흘러가주질 않았다. ​정신적으로도 힘겨웠고 몸은 더 피곤했다.

육아서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고 도와 줄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타국에서 아이를 셋 키우며 매일 자책깨나 했더랬다. 아이들에게 이렇게밖에 못 해 줄거면서 감히 내가 엄마가 되고 싶었다니, 이러고도 내가 엄마인가.. 이러면서.

그러다 귀국을 했고 아이들 학교 보낸 후 오전에 청소를 하며 가끔 EBS 60분 부모를 보곤 했다. 거기에는 참 많은 분들이 여러 사례들을 놓고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해 주어서 좋았는데 특히 조선미박사님이 나오면 나는 특별히 더 귀를 기울이곤 했었다.

명확하고도 명쾌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가 해야 할 일의 방향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고나 할까. ​

방법의 제시. 그리고 어떤 시점에서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조언은 언제나 시원시원하니 도움이 되었다.

그러다 조선미박사님의 책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어 곧장 읽어본 이 책은 <엄마의 품격>이다.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그 동안 숱하게 접한 무수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방향을 알려주는 책일까? 그러니까 이럴 땐 이렇게, 저럴땐 저렇게 식으로 해법제시가 되어 있는 쪽집개 같은 책인가.. 이런 생각들을 하고 펼쳐들었는데 놀랍게도 아니었다.

이 책은 조선미 박사님 가정에서 직접 성향 다른 남매를 양육하며 터득한 실전에서 얻어진 경험과, 공부하고 연구한 이론을 토대로 한 이야기들이 가감없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완벽하기만 한 엄마가 모범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책이 아니었다.

좋은 일 슬픈 일 아팠던 일 걱정했던 일 어려웠던 일 등을 통해 직접 느끼고 겪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 알아야 할 것, 오해를 풀어야 할 것 들이 담겨 있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관점과 방향의 제시가 명쾌하다는 것.

조선미박사님의 말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간에 가장 좋은 건 역시 그것인 것 같다. 문제의 본질이 잘 보이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해결책이 명쾌하게 드러나 보인다는 것. 나는 이제 엄마노릇하기를 그만두고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엄마의 자격을 운운하던 내게 품격있는 엄마가 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책. 엄마의 품격이다.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가족의 가깝고도 먼 거리>, <엄마가​ 주고 싶은 사랑 VS 아이가 원하는 사랑>, <아이가 크는 만큼 성장하는 엄마>, <엄마의 품격 & 아빠의 품격> 으로 되어 있다. 가족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엄마로서의 나에 대해, 아이들의 입장에서, 남편과의 관계, 성향이 다른 아들과 딸을 키우는 이야기, 나와 성향이 다른 아이를 양육하는 이야기들을 고개 끄덕이며 느끼고 배울 수 있다.

굉장히 빨리 읽히고 재밌으며 특히 십대 자녀를 둔 엄마들이 읽으면 위로와 도움이 될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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