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이의 마음주치의 - 김선현 교수의 그림으로 아이 심리 읽기
김선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미술치료에 관해 교육하는 시간에 참여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포기해야 했지만 그게 두고두고 아쉬울 만큼 관심이 있었다. 남의 마음을 읽어보겠다는 마음이나, 미술치료사가 되어봐야지 하는 마음에서는 아니었다.

나는 내가 그린 내 그림도 읽을 줄 모른다. '내 심리가 이러이러하고 내 마음이 이러저러하여 그림을 그렇게 그리게 되었구나'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내 그림조차 내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리는 그림에 이야기가 있고, 내 마음이 투영되기도 하고, 내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하니... 알고 싶었다.

나는 어쩌면 나 자신이 더 알고 싶어서 계속 심리학이나 음악치료, 미술치료 같은 것에 관심을 가졌던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것들을 통해 내가 말하고 싶고 치료받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도... 하지만 나이를 마흔 넘게 먹다 보니 이젠 나 자신에 대해서는 알 것도 같다. 그리고 이제 내가 알고 싶고 알아주고 싶은 것은 나의 아이들이 되었다.

사람 욕심이 많고 관계지향적인 나는 내 아이들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다. 아직 표현이 서툴고 마음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이들이 몸으로 표정으로 그리고 그림으로 들려주는 자신의 마음에 관심이 많다.

​나는 7살 때 딱 한 달 아파트 상가에 있었던 미술학원에 다녀 본 적 있다. 아이들을 한 방에 앉혀놓고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려봐라 했었다. 하지만 그 한 달 동안 내가 그린 그림을 두고 어떠한 코멘트도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유치원을 다니면서 내 그림 실력이 친구들에 비해 영 별로라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며 잘 배우고 싶은 마음이 그 어린 마음에도 있었는데 그 미술학원 선생님은 그 어떤 것도 가르쳐 주지 않으셨다. 애들더러 그림을 그리라고 하신 후 선생님은 칠판 앞에서 옛날이야기를 해 주시거나 산울림의 "산 할아버지"라는 노래를 가르쳐 주었던 것이 기억난다. 거긴 몇 년을 더 다녀도 내 그림이 전혀 늘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워낙 그림을 그리는 걸 싫어했었다.

잘 못 그린다는 자각과 말로 내 상황과 기분을 설명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어서 그랬는지 나는 한 달 후 미술학원을 관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나이에는 그림을 이렇게 그려라, 사람은 이렇게, 산은 이렇게, 색칠은 이렇게 ... 하고 가르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런 기능적인 면은 더 자랐을 때 가르치고 그 나이엔 마음껏 그리고 싶은 대로, 표현하고 싶은 대로 두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은 참 중요하지 싶다. 나는 일곱 살이었던 그때에도 이미 두살 어린 남동생 그림이 더 낫다든가, 유치원 친구들 그림이 더 멋지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거나 나 자신이 느끼고 있어서 그림 자체에 자신이 없었고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안 생겨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키울 때 나처럼 되지 않기를 바랐다. 아이들 키보다 더 높게 벽면 가득히 전지를 붙여 놓고 얼마든지 그리고 칠하고 만들어 붙일 수 있게 해 줬었다. 붓으로 그리든, 크레파스로 그리든 볼펜으로 그리든 상관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정말 열중해서 그렸고, 만들었고, 자랑스럽게 전시하며 내게 그림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그랬었다.

그림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어도 나는 모든 그림에 (검은색으로 북북 그어 놓기만 했다 해도) "멋지다, 이게 뭘까?" 정도의 관심을 보이거나 사진으로 하나하나 아이 앞에서 찍어두었다. "우리 해님양이 그린 그림이니까 엄마가 사진으로 찍어서 간직해야지."라고 하면서.

하지만 나는 그때의 그 그림들이 아이들의 마음속 어떤 상태를 표현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알았더라면 아이 마음을 더 잘 읽어줄 수 있지 않았을지... ​어쨌거나 그러다 보면 아이들 그림 실력도 나보다야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는데 아이들의 그림 실력이 특별히 나아진 것은 없되 그림을 그릴 때 자신감 하나는 충만하다. '그게 어디야...'라고 나는 만족한다.

그런데 같은 엄마인 내가 키우고 같은 환경 속에서 똑같은 음식을 먹이며 키우지만 큰애, 둘째, 셋째는 다 제각각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자기중심적인 아이, 느리고 예민한 아이, 빠르고 순종적인 아이... 다 다르다. 어떨 땐 알겠는데 안다고 여기지만 매일 놀라기도 한다. 이 아이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지금 이 아이는 마음이 어떻길래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 내가 아이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고 알아주었으면 아이 마음에 응어리가 남지 않고 더 마음건강한 아이로 자라지 않을까 하는 등의 생각을 한다.

[엄마는 아이의 마음 주치의] 그래서 이 책이 마음을 끌어 당겼다.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걸 꽤 좋아하는데 그 그림속에서 아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걸까 하는 것도 알고 싶었고 ​알면서도 혹은 몰라서 아이들에게 주었을 지 모를, 아니면 이미 주었을 마음의 상처 같은 걸 알아주고 싶었고 풀어주고 싶었다.

이 책에서는 엄마라고 하여 아이를 다 아는 것이 아니며 아이들이 그림으로 말할 때 그 속마음을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 말 하고 있다.

많은 예시 그림들과 그 그림을 읽어주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서 이해가 빨리 된다. ​그리고 단순히 랜덤으로 뽑은 그림 몇 장으로 설명하는 몇 가지의 심리가 아니고 그림으로 보는 아이의 심리를 통해 자아상, 학습장애, 집중력, 가족관계, 애착, 사회성, 우울증, 분노 조절, ADHD, 자폐, 틱 장애, 다문화 가정, 인터넷 중독 등 생활과 밀접한 이야기들도 들려주고 있어서 여러모로 흥미롭다.

책의 뒤에는 부록으로 엄마와 함께하는 아이의 심리테스트지가 별지로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책을 읽는 내내 아이와 그림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참 많이 들었다. 내가 혹 마음을 다 읽어주지는 못할지라도 함께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풀어내는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나에게도 좋은 시간이 될 것 같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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