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자 생존 - 두 발로 생각하라
고재경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아침, TV 방송 중에 하루는 "걷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방영해 준 적 있었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하던 일도 멈추고 걷기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들을 들었고 공감했었다.

나 또한 걷기 예찬론자로서 걷기에 대해 다각도로 이야기 하고 그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걸 보며 즐거웠더랬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참으로 반가웠다. <두 발로 생각하라 걷자생존>이라니 제목만으로도 이미 내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그런 책이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은 여러편의 에세이집이었다. 여러 짤막한 에세이들을 엮어 낸 책. 걷자생존은 그 중의 한 편이었다.

이미 지면을 통해 발표된 글들이 다수, 미발표 글도 실었다고 한다. 그래서 실망했냐면 솔직히 그런 면이 없지는 않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단순히 제목에 이끌려 "걷기" 하나 때문에 보게 된 수필들이 다행히도 괜찮았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인생, 물어보기. 2부에서는 수수께끼 삶, 풀어보기. 3부에서는 욕망, 걷어내기이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영문칼럼을 싣고 있다. 저자는 원래 영문학자라고 한다.

1, 2부에서 다룬 내용들은 사색 에세이들. 3부에서는 각종 언론매체에 기고한 시사 및 문화 에세이다.

언론매체를 통해 이런 글들을 따로 접했다면 한번쯤 읽으며 공감하거나, 생각이 가지를 뻗어나가 다른 생각들을 피워내거나 했을 법한 글들이기도 하고 그리 오래전에 쓴 글들이 아니어서 근래에 우리가 다 같이 겪고 알법한 일들을 놓고 쓴 저자의 생각들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여러 에세이들이 연결된 이야기들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봐도 무방한 책이다.

학창 시절 국어 교과서를 통해 배울 때 나는 국어시간을 참 좋아했었다. 가장 좋아했던 시간이 음악시간이었고 그 다음이 국어 시간이었는데 나는 음대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대입 때 문학(고전문학과 현대문학) 시험은 치르질 않았었다. 그래서 그 시간이 되면 음악부 학생들은 각자 전공악기 연습을 하러 강당이나 음악실로 갈 수 있게, 그러니까 국어 (문학) 수업은 듣지 않아도 되도록 선생님들께서는 배려(?)를 해 주었었다. 그것은 학생들을 위한 배려라고도 볼 수 있었으나 사실은 시험을 치르지 않는 과목이라는 이유로 그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이 면학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도록 쫓아내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어수업을 몹시 듣고 싶었던 나는 악기 연습하러 음악실로 가지 않았다. 굳이 앉아서 수업을 했다. 정작 열심히 해야 했을 친구들은 종종 졸았는데 좋아서 들었던 나는 얼마나 눈을 빛내며 수업에 참여를 했는지 모른다. 암튼 그렇게 좋아했던 국어 시간에 가장 좋아했던 분야가 수필과 소설이었다. 논설문, 설명문, 시 같은 게 아니었고 수필 그리고 소설이었다. 국어 교과서에 몇 편 안 실려 있는게 그리도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사 읽거나 빌려 읽는 책은 수필이나 소설이 아닐 때가 많다. 소설은 오직 고전만 수필은 아예 안 읽는 형편이 된 것이다. 괜시리 바빠지면서 목적에 맞는 글만 다급히 찾아 읽기 일쑤였던 것.

그러다 오직 걷기라는 주제에 이끌려 읽게 된 오랜만의 에세이집이 마음을 조금쯤은 풀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다는 것은 책이 주는 큰 즐거움이고 유익이 아닐까 싶다.

책의 제목을 왜 굳이 걷자생존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덕분에 읽게 된 책. 두발로 생각하라 걷자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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