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실력이 사회 실력이다 공부가 되는 초중등 교과서 한자어 3
최상용 지음, 백문호 그림 / 일상이상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영어를 잘 못하고 시작부터 질려버렸던 이유 중에 한자 탓도 있다고 얘기한다면 너무 큰 비약이자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기만 할까?

하지만 난 틀림없이 그런 이유도 있다고 늘 주장해왔다. ​영어라는 언어도 생소한데 부정사, 관사, 동명사, 전치사, 현재분사, 완료형, 시제... 이런 이름들은 영어보다 더 생경한 느낌에 영어마저 멀리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수학도 그렇다. 분수, 소수, 방정식, 함수, 적분, 미적분, 원주율... 이런 용어들이 죄다 수학 자체보다 더 어려웠지 싶다.

그러니까 내가 영어랑 수학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건 전부 한자 탓이다....가 아니고 한자를 잘 모른 내 탓이네. ㅡ.ㅡ;

그렇다. 사실은 내 탓이다.

한글전용화정책으로 70년대 초등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졌다고는 하나 일찌기 한자의 중요성을 간파하신 우리 어머니께서는 다른 건 몰라도 한자만큼은 엄청 열심히 시키셨기 때문이다.

한자와 피아노는 매일 꾸준히 하기를 바라셨더랬다. 다만 학기 중엔 시간이 여의치 않다보니 학기 중에는 피아노 연습만 꼬박꼬박 하면 되었고 (그래봤자 나는 하루에 고작 30여분을 온몸을 비틀며 하는 둥 마는 둥. ) 한자는 방학때만 했었다.

나보다 방학이 짧았던,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셨던 엄마는 매일 출근하시며 방학동안 집에서 뒹구는 나와 내 동생에게 '천자문' 책을 쥐어 주고 가셨었다. 이면지 여러장과 연필 그리고 지우개와 함께.

엄마가 돌아올때까지 "열심히 쓰고 외워두어라." 하고 당부하고 가셨었다. 내가 제일 싫어했던 시간이었달까. 한자는 도무지 안 외워지더라는 사실.

그나마 엄마의 열의 덕분에 천자문 중에 몇십자 혹은 몇백자쯤 (앞부분만) 보긴 봤었고 나중엔 심지어 사자소학까지도 공부했는데 그런데도 한자라고는 내 이름 석자 정도밖에 못 쓰는 게 현재의 형편이니 결국은 머리 나쁜 내 탓인것.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는 한자를 어떻게든 가르쳐보려고 늘 마음 먹고 있었는데 그게 늘 벼락치기로 한자 등급 시험을 치를 때나 겨우 외우다 말게 되더라. 나 또한 그 나이 때 그러했으니 아이들에게만 뭐라 하기도 참 어려웠다. 충분히 심정이 이해되어서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자 만큼은 꼭 알게 해 주고 싶은 게 내 마음인데 이런 책이 있다. <한자 실력이 사회 실력이다>라는 책.

<한자 실력이 국어 실력이다>와 <한자 실력이 수학 실력이다> 라는 책도 있다고 한다. 아니 이렇게 반가울데가...!

그렇잖아도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내게 책을 들고 와서 "무슨 뜻이에요?" 라고 질문하는 일이 아주 많은데 나는 사전을 찾아가며 설명해 줄때도 꽤 어려움을 느꼈었다. 그게 그리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는 사실. 내 머릿속에도 그 개념들이 애매모호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일면서 아이들에게는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는데 그것이 한자만 공부한다고 또 다 되는 것이 아니고 (다 되지만 그러려면 일단 한자를 죄다 알고 있어야 혹은 어느 정도의 경지에는 올라 있어야 미루어 짐작이라도 하지 싶은) 아이들이 들고 온 책의 성격에 맞는 (국어나 수학, 사회 혹은 동화) 용어들을 알면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용어들을 한방에 정리해 놓은 책이 있다니.

다만 이 책은 한자 책이 아니어서 한자를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다. 외우고 이해하는 건 다 학습자의 몫이다.

이 책에서는 사회를 공부할 때 접하게 될 용어와 단어들을 설명해 주고 있다. 크게 4부로 나누어 1부는 정치와 민주주의, 2부는 현대 사회와 경제, 3부는 사회와 문화, 4부는 지리와 생활 부분으로 되어 있고 거기서 설명하고 있는 용어들은 이런 것들이다.

천부인권, 공화정, 원로원, 도편추방제, 다수결, 중우정치, 제국, 절대왕정.... 자원, 경제관념, 자유재, 산업 혁명, 노동조합 ... 사회화, 선진국, 핵가족화, 문화 상대성 ... 대축척 지도, 계곡선, 주곡선, 반도, 조경 수역, 초지, 재식 농업, 대륙붕...

이렇게 도움이 될 수가 있나. 한자의 음과 뜻을 가지고 단어를 풀어주고 그 한자어 뿌리까지 설명해주고 있다. 정말 유익하다.

하지만 이걸 다 이해하고 읽고 외우는 것은 우리 몫이다. 뜻만 잘 이해하면 되겠으니 열심히 되풀이하여 읽으면 나중엔 미루어 짐작하기도 쉬워질 테지만 어쨌거나 읽는 게 관건이다. 재미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림과 표, 설명이 정말 잘 되어 있다.

재미없어도 해야 하는 공부가 있는 법. 이 책은 틀림없이 유익하고 도움이 되고 다 알기만 한다면 더더욱 좋을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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