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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루케이도의 포켓 기도 - 하나님과 가깝게 소통하는 가장 쉬운 기도
맥스 루케이도 지음, 최요한 옮김 / 아드폰테스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일곱 살 쯤 되었을 때 였을까.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내 방이 아주 근사하게 바뀌어 있었다. 밤 사이 어머니께서 정성껏 내 방을 꾸며 주셨던 것이다.
한쪽 벽에는 사진과 함께 내가 그린 그림 같은 것들로 장식을 해 주셨고,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보았을 때 내 눈 높이에 딱 맞는 위치에는 성경 말씀을 직접 적어서 붙여 놓기도 하셨다.
그 말씀은 데살로니가 전서 5장 16~18절 까지의 말씀이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피아노를 칠 때마다 고개를 돌리면 그 말씀이 피아노 너머로 보였었다. 덕분에 피아노 연습하는 동안 피아노 곡보다 그 말씀을 훨씬 많이 생각했을 정도로 많이 보게 되었다. 이사해서 집을 옮길 때까지 수 년 동안 그 자리에 붙어 있었던 그 말씀.
그러나 그 말씀은 언제나 어려웠다. 무척 쉬운 말 같지만 결코 쉽지 않았던 말씀이었다.
그래도 어렸던 나는 어린아이다운 순수함으로 그 말씀을 말씀 그대로 지켜보려고 참 애쓰며 살았던 것 같다.
지금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기뻐하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일을 하며 기뻐하고, 어렵고 힘들고 아프고 슬퍼도 나를 지으신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시며 함께 하심을 믿으며 감사하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살지만 어렸던 그 때에는 어떤 조건에서든 "항상" 기뻐해보려 노력했고, 잠을 자는 때를 제외하고는 어떤 기도든 하려고 노력했었다. 차라리 범사에 감사하는 것이 가장 쉬웠던 것 같다.
감사할 상황이 아니더라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게 그나마 "항상" 기뻐하고, "쉬지도 않고" 기도하는 것보다는 나았던 것이다.
그 중에서 쉬지 않고 기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대체 뭐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도 했다. 기도의 형식(?)과는 거리가 멀었겠지만 나는 홀로 있는 동안엔 끊임없이 하나님께 "이야기"를 했다. (차마 그걸 기도하고 하기는 좀...) 그러다 주일 학교에서 돌아가며 대표기도를 맡게 되었을 때의 그 어려움이란...
어머니께서 아웃라인을 일러주셨다. 감사, 회개, 간구, 중보기도, 그리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으로 해 보라고.
그 후로 나의 기도는 늘 그런 형식으로 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유창하게 기도할 줄도 모르고 오래오래 기도하는 건 더더욱 못한다.
나의 간구를 통해 하나님께서 듣고 응답하시기를 원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기를 기도하고, 내 기도가 하나님의 계획과 연합되기를 기도하면서 회개와 간구를 다 하고나도 내 기도는 늘 짧다. 너무 짧은거 아닌가 싶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가며 중보기도까지 다 하고나도 내 기도는 여전히 짧다. 그래서 고민이 많이 됐다. 나는 무려 모태신앙인이고 심지어 4대째 기독교 가정에서 나고 자랐는데 난 왜 기도를 못 하나...
그래서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의 포켓 기도를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읽었다. 뭔가 뾰족한 수, 유창하게 기도하는 법을 바랬다.
정작 하나님께서는 멋지고 길게 잘 하는 유창한 기도만 골라 듣고 응답하시는 것이 아님에도. 그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니... 나는 여태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기도를 해 왔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기도의 대상이 하나님이기만 하다면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 했던 유치한 기도라도 다 들으실 것을...
그런 나에게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은 이렇게 권한다.
아빠 아버지,
좋으신 아버지.
저를 도와주세요.
치유하고 용서해주세요.
그들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간결하다. 어린아이처럼 솔직하고 쉽다.
늘 해 왔던 대로 하면 되겠네? 하지만 앞으로도 유창하고 긴 기도는 어렵겠네... 하는 생각도 사실 살짝 스쳤다.
하지만 반가웠고 기운이 났다. 이런 기도라면 언제든지 어느때든지 할 수 있어. 어느 수준 이상의 기도를 해야만 들으시는 하나님도 아니신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기도는 믿음의 대상이 되는 분께, 그분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친밀한 교제와 겸손의 마음,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용서를 비는 마음들을 갖게 된다.
그리고 기도하면 하나님께서는 내가 미쳐 상상하지도 못해서 감히 바라지도 못했던 것까지 다 살펴 돌보며 들어주신다.
사실은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 이라고 부르기만 해도 하나님께서는 기쁘게 들으셨고 아무 말도 못한 채 눈물 뚝뚝 흘리며 "잘못했습니다."라고 한마디만 해도 따뜻하게 용서하며 안아주셨음을 수 없이 경험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실은 말씀을 많이 읽고 묵상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유창한 기도(?)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안에 있으니 그 언어로 그 마음으로 간절한 기도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굳이 기도를 유창하고도 길게 하고 싶다면 나는 말씀을 더 가까이 하며 하나님 뜻을 알고 따르고자 하면 된다.
이 책의 뒷편에는 스터디 가이드(제나 루케이도 비숍), 기도 강점 진단(데이비드 드루어리)가 들어있다. 조금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원제는 Before Amen이다.